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9일 KB금융지주의 인도네시아 자회사 부실 운영과 우리금융지주의 잇단 금융사고 등과 관련해 엄정한 검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이날 임원회의에서 “최근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은행 등의 금융사고와 해외 현지법인 투자·운영 부실 등에 대해 정기검사 과정에서 면밀히 점검하고 근본적 개선을 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달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KB금융의 인도네시아 자회사 KB뱅크(옛 부코핀은행) 부실 운영과 우리금융의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에 대한 지적이 집중 제기됐다.
이 원장은 “KB금융의 해외 현지법인 투자결정과 전산시스템 개발 과정의 문제, 콜센터 업무위탁 관리 등 지적은 평판 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운영리스크 관리에 안일함이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은행은 2018년부터 현재까지 KB뱅크에 약 3조 1000억 원 가량을 투입했으나 올 6월 말까지 약 1조 5000억 원 손실이 발생했다.
우리금융에 대해서는 "내부통제와 건전성 관리 수준이 현 경영진이 추진 중인 외형 확장 중심의 경영이 초래할 수 있는 잠재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지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이 언급한 잠재 리스크는 △조직문화의 기저를 이루는 파벌주의 용인 △금융사고에 대한 안일한 인식 △합리적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경영체계 지속 등 건전성·내부통제 약화를 초래할 위험을 뜻한다. 우리금융이 내부통제 문제로 홍역을 앓는 상황에서 과연 현재 추진 중인 동양·ABL생명 인수 등 외형 확장에 나설 준비가 됐는지 철저히 살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KB금융과 우리금융을 대상으로 정기검사를 진행 중이다. 이 원장은 “운영리스크와 건전성 문제 등이 그룹 전반으로 전이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서도 면밀히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금융시장 상황과 관련해서도 철저한 리스크관리를 당부했다. 이 원장은 “최근 기준금리 인하에도 금리, 환율이 상승하는 가운데 미국 대선과 지정학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불확실성 등 대내외 불안요인이 산적해 있다”며 “연말로 갈수록 돌발적 위험 발생 가능성이 크므로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와 취약 중소기업·자영업자 부실에 따른 중소금융회사의 건전성 악화에 대해 철저한 모니터링과 위기상황 대비책 마련을 주문했다.
아울러 “최근 금융의 디지털화 등으로 은행 점포와 현금인출기(ATM) 감소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고령자·장애인 등을 위한 금융접근성 제고를 주요 금융감독 어젠다로 설정해 적극 관리해달라”고 당부했다. 구체적으로는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의 충실한 이행 지도 △은행 간 공통 점포·ATM, 이동점포 등 대체수단 강구·활성화 △고령자 등 대상 디지털 금융교육 지속 확대 △금융회사별 장애인 업무매뉴얼·인프라 점검 및 미흡사항 개선 등을 적극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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