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나 마켓 컬리 등을 통한 온라인 소비 확대는 물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숙박·음식점업과 도소매업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29일 이런 내용을 담은 ‘온라인 소비 확대가 물가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김 총괄은 2011년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소매판매액(면세점, 승용차 및 연료소매점 제외) 대비 무점포 소매판매액 비중, 취업자 수(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운수·창고업) 증감 등의 지표를 통해 온라인 소비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경우 고용에 미치는 단기적 파급효과를 추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 소비 비중 확대는 숙박·음식점업의 고용에 가장 큰 충격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소비 비중이 1%포인트 늘어나면 숙박·음식점업 취업자 수는 2분기 이후 최대 2만 7000명까지 감소하며 파급효과가 길게 이어졌다. 연평균 기준으로 보면 2만 3000명이 줄었다. 도소매업도 온라인 소비 확대 충격이 발생한 분기에 취업자 수가 2만 7000명, 연평균으로 보면 1만 9000명가량 감소했다.
이런 결과는 온라인쇼핑이 확대되면 오프라인에서의 구매 활동과 외식 소비의 감소로 이어져 관련 종사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숙박·음식점업에서의 고용 충격이 컸던 것은 자영업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폐업 후 재창업이 임금근로자의 퇴직 후 재취직보다 오래 걸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운수·창고업은 온라인 소비 충격이 발생한 분기에 취업자 수가 1만 7000명 증가하며 고용이 창출되는 효과가 발생했다. 온라인 소비 확대가 택배·물류 부문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운수·창고업 고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셈이다. 1년간 평균 고용 증감 추이로 보면 운수·창고업은 8000명 늘었다. 숙박·음식업과 도소매업, 운수·창고업 등 세 업종의 취업자를 모두 더하면 전년 동기 대비 3만 4000명 감소했다.
김 총괄은 “소비 형태가 온라인으로 전환됨에 따라 오프라인 구매 활동의 영향을 크게 받는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의 고용이 감소했다”면서 “택배·물류 부문 일자리를 포함하는 운수·창고업에서는 고용 창출 효과가 있었지만 대면 서비스업에서의 감소세를 소폭 완화하는 데 그쳐 종사자들의 업종 간 이동이 원활하지 않음을 시사했다”고 설명했다. 김 총괄은 또 “전통적인 도소매업 종사자들의 온라인 판로를 확대하는 한편 전직 사양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재교육을 강화해 원활한 업종 전환을 도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소비 비중 확대는 소비자물가를 떨어뜨린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소비 비중이 1%포인트 오를 때 당해 연도 상품의 물가 상승률이 0.07%포인트 정도 하락했다. 2017~2024년 온라인 소비 비중이 14%에서 27%로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소비 형태의 온라인 전환은 같은 기간 상품 물가를 2.4% 낮춘 것으로 분석됐다. 소비자물가 중 상품의 가중치(44.8%)를 적용해도 소비자물가를 약 1.1% 낮췄을 것으로 추산됐다. 온라인 판매 시 유통 단계 축소와 매장 유지비 및 인건비 절감이 돼 오프라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물품을 판매한 결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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