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동결 중인 지방공항들의 주차요금이 인상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부 인기 공항들은 코로나19 종식 이후 여객 수요가 되살아나면서 주차대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어 주차시설 증축을 위한 재원이 필요한 데다 가격 신호를 통해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9일 항공 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는 최근 공항 주차요금 산정체계 수립 작업에 착수했다. 공항공사는 “타 주차장 대비 (주차요금이) 저렴해 혼잡이 가중되고 있다”며 “공사비·유지비 등 물가상승을 반영하지 못해 주차장 확충을 위한 투자가 유보되는 등 요금체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공항공사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영주차장과 KTX역사, 항만 같은 유사기관이 운영하는 주차장, 해외의 주요 공항 주차장 등을 분석해 현 요금체계 및 요금수준의 적정성 여부 등을 따져보기로 했다. 이를 통해 물가와 주차 수요 등과 연동하는 합리적인 주차요금 산정방식을 도출하겠다는 방침이다.
주차난이 벌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지방공항은 청주공항이다. 청주공항 이용객은 지난해 369만 6000명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올해는 4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늘어나는 이용객 수에 비해 주차면은 턱없이 부족하다. 청주공항 하루 이용객은 1만 5000명에 육박하지만 주차공간은 4857면에 불과하다. 아직 인천 등 수도권 공항에 비해 대중교통 편이 충분치 않아 이용객들이 자가용을 선호할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값싼 주차요금도 수급 불균형에 한몫했다. 승용차 기준 1일 최대 주차요금은 1만 원으로, 2018년 12월 이후 6년간 유지되고 있다.
이 때문에 성수기 청주공항에서는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주차 구역을 배회하는 차량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청주공항 측은 “주말과 연휴 기간 주차장 입차 후 주차까지 3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며 “평소보다 일찍 공항에 도착해 달라”고 안내하는 실정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주차시설을 추가로 확보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는 수밖에 없다. 항공 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포공항 등의 여객 수요를 흡수하면서 빠르게 커나가고 있는 청주공항의 이용 편의를 제고하려면 주차장을 늘리는 등 투자가 절실하다”며 “결국 이는 장기간 동결되고 있는 주차요금 현실화를 수반한다는 게 불편한 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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