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아이돌그룹 '뉴진스' 총괄 프로듀서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가 하이브(HYBE)를 상대로 낸 재선임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29일 민 전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등 가처분 신청을 각하했다.
앞서 어도어 이사회는 지난 8월27일 민 전 대표를 해임하고, 김주영 사내이사를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다만 어도어는 민 전 대표가 사내 이사직을 유지하고 뉴진스 프로듀싱 업무를 그대로 맡는다고 밝혔다.
민 전 대표는 이에 반발하며 자신에 대한 대표직 해임은 하이브와 맺은 주주 간 계약에 위반되는 것이고, 법원의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결정에도 반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주주 간 계약에는 '하이브는 민희진이 2021년 11월 2일부터 5년 동안 어도어의 대표이사 직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어도어의 이사회에서 하이브가 지명한 이사가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어도어는 오는 30일 민 전 대표를 어도어의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다루는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민 전 대표는 계약 내용을 근거로 하이브가 지명한 어도어의 사내이사 3인이 이사회에서 이 안건에 찬성하도록 지시하라는 취지의 가처분을 냈다.
그러나 사건을 심리한 법원은 이런 민 전 대표의 신청이 부적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하이브가 이사들에게 신청 내용과 같은 업무 집행을 지시하더라도 이사들은 회사의 이사로서의 선관주의 의무와 충실 의무에 따라 독립적으로 안건에 관한 찬반을 판단·결정해야 하고, 하이브의 지시에 따라야 할 법적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신청 내용과 같은 가처분을 명한다고 하더라도 그로써 어떠한 법적 효과가 생기지 않으므로, 신청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프로큐어(procure)' 조항을 강제할 근거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프로큐어 조항은 주주 간 계약의 당사자인 주주가 자신이 지명한 이사에게 업무 집행과 관련해 특정한 행위를 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정한 규정을 말한다.
재판부는 "프로큐어 조항은 주주, 이사 및 회사 사이의 관계에 관한 상법상의 기본원리에 반해 계약당사자 사이의 효력에 관해 논란이 있다"며 "조항의 유효성은 본안 소송에서의 면밀한 심리를 거쳐 판단되어야 할 필요가 있으므로 현 단계에서 이행을 명하는 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로큐어 조항의 채권적 효력을 인정하더라도 그 조항의 내용을 강제로 이행할 것을 구하는 청구가 가능하다는 법령이나 선례를 찾기 어렵고, 이 사건 신청과 동일한 내용의 청구가 본안소송에서 인정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와 동일한 내용의 단행적 가처분을 명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해당 재판부는 지난 5월 민 전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제기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을 한차례 인용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민희진이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던 것은 분명하다고 판단된다"면서도 "모색의 단계를 넘어 구체적인 실행행위까지 나아갔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어도어에 대한 배임행위가 된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주주총회 개최가 임박해 민희진이 본안소송으로 권리구제를 받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하이브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할 필요성도 소명된다"며 가처분을 인용, 민 전 대표 해임에 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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