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산국가산업단지에 9조 원대 투자 사업인 샤힌프로젝트로 울산은 물론 대한민국 전체가 들썩거리고 있다. 최근 석유화학 업종의 어려움 속에 있던 울산의 산업단지와 지역 모두에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울산시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울산연구원을 통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석유화학 생산 설비를 건설하는 단일 사업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샤힌프로젝트는 공장 건설 단계에서부터 직·간접적인 경제적 파급 효과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자리를 잡고 시작되기까지 모든 것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산업단지 내 규제와 복잡한 행정 절차가 걸림돌로 작용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풀어 나가고 있다.
샤힌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온산국가산업단지는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집법)’에 따라 공장 건설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산업용지 임대가 제한돼 대규모 주차 공간이나 대형 구조물 적재를 위한 유휴 공간 확보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과거에는 부동산 투기 등을 막고 성실하게 제조 활동을 하려는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프로젝트 진행을 저해하는 요인이 됐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산업단지 내 산업용지의 임대 및 입주에 대한 제한을 완화하고자 여러 차례 현장 간담회를 이어갔다. 현장과 정책의 간격을 줄이기 위한 적극 행정을 통해 프로젝트를 위한 필요 업종의 한시적 승인을 신속히 결정하는 한편 나대지 임대에 대한 규제 완화를 제도화하고자 산집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규제 혁신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 관계 기관의 적극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이 대규모 프로젝트는 일정에 차질을 빚었을 가능성이 크다.
온산국가산단의 사례처럼 과거에는 기업들을 보호하고 활발한 제조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규제로 작용하는 경우들이 종종 발생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정부가 기업과 국민의 목소리에 신속히 반응해 장애물을 제거하고 기회를 열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규제 혁신이 단기적이고 일회성 정책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기업과 경제 상황, 기술 발전 추세에 맞춰 그 역할을 변화시키고 각종 제도적 장벽을 허물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도록 지원해야 한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정부와 공공기관이 유연성과 신속함을 유지하며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산업부와 산단공은 산단 조성 시 확정된 입주 업종을 주기적으로 재검토해 바꿀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고, 입주심의위원회 설치 근거를 마련하는 등 단순한 애로 해결 차원에서 벗어나 산업단지 현장과 정책 간의 간격을 해소하고 제도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과거 기업을 위한 제도들이 나중에 규제가 되는 상황들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와 관련 기관들은 일시적이거나 단기적인 해결책에 그치지 않도록 규제 혁신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신속하게 이어가야 한다. 그것이 기업들이 맞닥뜨린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길이며,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이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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