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를 맞아 명품 대신 저가 대체품을 찾는 '듀프(dupe)' 소비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명품 소비가 글로벌 시장에서 급격히 위축되는 가운데, 유사한 기능을 갖춘 합리적 가격대의 대체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구찌, 보테가베네타 등을 보유한 케어링 그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올해 매출이 전년의 절반 수준인 25억 유로(약 3조7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루이비통, 디올 등을 보유한 LVMH도 3분기 매출이 190억7600만 유로(약 28조3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패션업계에서는 럭셔리 브랜드와 협업한 합리적 가격대의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유니클로는 클레어 웨이트 등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해 '르메르맛 유니클로'라는 별칭을 얻으며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뷰티 업계에서도 듀프 열풍이 거세다. 가성비 브랜드 마녀공장은 올해 상반기 미국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배 가까이 급증했다. 다이소 뷰티 부문도 올 1~9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60% 성장했다.
듀프 소비는 전자제품 시장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샤오미, 낫싱 워치 등은 애플 워치 대비 최대 8배까지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모닝컨설트에 따르면 미국 젠지세대의 69%가 "듀프 소비로 적은 비용으로도 럭셔리한 느낌을 얻을 수 있다"고 응답했으며, 51%는 "듀프 제품을 찾는 것 자체를 즐긴다"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SNS를 중심으로 명품과 유사한 기능을 갖춘 저가 제품을 찾아 공유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며 "고물가 시대를 맞아 가성비 소비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명품 업계는 이 같은 소비 트렌드 변화에 대응해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다. 버버리는 최근 국내 가격을 20% 안팎으로 내렸으며, 생로랑도 3~15% 가량 가격을 인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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