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문재인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탈원전을 골자로 한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의결했다. 2016년 1월 건설 허가에 이어 이듬해 2월 발전 사업 허가까지 받았던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는 그렇게 건설이 중단됐다. 탈원전 정책의 유탄은 신한울 1·2호기도 피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추가 안정성 평가와 기자재 품질 강화 등을 이유로 공기를 지연시켰고 1·2호기 공사비는 2014년 처음 산정했을 당시 7조 9823억 원에서 10조 3274억 원까지 불어났다. 당초 계획보다 운영이 늦어진 데 따른 경제적 손실만 10조 원이 넘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신한울 3·4호기 착공식과 신한울 1·2호기 종합 준공식에 잇따라 참석한 것은 지난 8년간 국내 원전 업계를 짓눌러왔던 탈원전 정책과의 완전한 이별을 의미한다. 특히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은 최근 최소 24조 원, 최대 48조 원 규모의 체코 원전 수주와 함께 ‘국내 원전 생태계 복원’의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에서는 체코 원전 수주를 발판으로 원전 산업의 수출길이 다시 열리고 국내에서는 신한울 3·4호기가 착공에 들어가면서 고사 직전에 몰렸던 국내 원전 업계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2038년까지 소형모듈원전(SMR)을 포함해 4기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겠다고 한 정부 계획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K원전의 황금시대가 활짝 필 것이라는 뜻이다. 이날 윤 대통령도 “신한울 3·4호기 건설뿐만 아니라 기존에 진행 중인 새울 3·4호기 건설,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 해외 원전 수주, SMR 같은 신규 원전 건설 추진 등을 통해 원전 업계의 일감을 충분히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K원전의 부활은 이날 착공식을 연 신한울 3·4호기가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총사업비가 11조 7000억 원에 이르는 신한울 3·4호기 건설은 앞으로 10년 이상에 걸쳐 지속적으로 일감을 공급하게 된다. 신한울 3·4호기는 경북 울진군에 1400㎿(메가와트)급 원전 2기를 짓는 사업으로 3호기는 2032년, 4호기는 2033년 각각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날 종합 준공한 1·2호기는 3·4호기와 같은 용량으로 이미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신한울 3·4호기의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원전 생태계에는 ‘낙수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약 2조 9000억 원 규모의 주기기 건설 과정에서 두산에너빌리티(034020)가 협력 업체들과 계약을 맺게 되고 준공 시점까지 약 2조 원 규모의 보조 기기(펌프·배관·케이블) 계약도 순차적으로 발주되기 때문이다.
10년이 넘는 건설 과정에서 법정 지원금 외에도 울진 지역에 고용 창출, 지역 기업 활성화 등 실질적인 경제 부흥 효과가 발생한다. 신한울 3·4호기는 신한울 1·2호기처럼 발전 용량이 커 정부의 지원 규모도 타 발전소 대비 크다. 완공 이후 이용률이 80%라고 가정하면 60년 운영 기준 약 2조 원의 법정 지원금이 발생한다. 원전 건설에 연 인원 약 722만 명, 1일 최대 약 3000명이 투입되는 대규모 투자 사업으로 지역 고용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체코 원전 수주를 계기로 수출길 또한 더욱 확대한다. 우선 체코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에 따른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울이는 한편 추가 원전 수출 성과 창출에 총력을 다할 예정이다. 노형 수출뿐 아니라 설비, 개·보수 등 수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수출 지원 예산 확대 등을 통해 원전 수출 추진 체계를 재정비한다.
원전 생태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지원 체계도 확립한다. 정부는 예측·지속 가능한 중장기 원전 정책을 마련하고 원전 산업에 대한 일관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원전 산업 지원에 관한 특별법’ 입법 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할 예정이다. 이어 연내 ‘2050 중장기 원전 산업 로드맵’을 수립·발표할 계획이다. 홍서기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신한울 3·4호기 착공과 체코 원전 수주를 계기로 국내 원전 업계가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며 “탈원전으로 끊겼던 생태계가 복원되고 우수 인력들이 꾸준하게 유입되면 원전 강국의 면모를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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