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11월 중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등 핵심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에 따라 인사 시기를 평년보다 앞당기는 것인데 그룹 컨트롤타워인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는 일단 조직 재편 없이 유지된다. SK·현대자동차·LG그룹 등의 인사 방향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SK그룹은 인적 쇄신, 현대차그룹은 내실 다지기, LG그룹은 조직 안정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다음 달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국내 4대 그룹의 인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통상 삼성전자는 12월 초 사장단 인사를 실시했으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1월로 인사를 앞당기는 방안이 유력하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삼성 안팎에서 나오는 ‘위기설’을 수뇌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영현 반도체(DS)부문장(부회장)을 다시 불러들인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내부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25일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 4주기를 맞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현직 사장단 50여 명이 함께한 오찬 분위기도 그 어느 때보다 냉랭했다고 한다.
특히 삼성전자의 인사 폭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전 부회장은 최근 발표한 사과문에서 “위기의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에 있다”고 밝히면서 실적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삼성 내부에서는 메모리사업부장부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사업부장까지 DS 내 사장단은 물론 부사장급 핵심 보직 상당수가 교체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임원이 최고 20% 줄어들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돌면서 전반적으로 긴장감이 팽배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전자 DS 부문 임원은 438명으로 경쟁사인 SK하이닉스(199명)의 2배가 넘는 상황이다. 물론 회사 전체 규모와 매출 차이 등을 고려해야 하지만 영업이익이 역전당하는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어떤 식이든 인적 구조조정이 단행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강도 높은 리밸런싱(구조조정) 작업을 이어온 SK도 대대적 인사 쇄신이 예고되고 있다. SK는 예년과 같이 12월 초 정기 사장단 및 임원인사를 실시한다. 인사가 한 달가량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조직 안정성을 고려해 시기를 흔들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를 중심으로 10~20% 임원 감축 얘기가 나오는 등 무거운 내부 분위기가 감지된다. 앞서 SK에코플랜트는 17일 조기 인사를 통해 임원을 66명에서 51명으로 23% 줄인 바 있다. 11월 1일 출범하는 SK이노베이션, SK E&S의 통합법인과 비상경영에 돌입한 SK온, 올 상반기에만 138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SKC 등 계열사의 인사 변동 폭이 클지 주목된다.
SK는 31일부터 2박 3일간 개최하는 CEO세미나에서 연말 인사에 대한 최종 논의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CEO세미나는 6월 경영전략회의, 8월 이천포럼과 함께 ‘SK그룹 3대 회의’로 꼽히는 주요 행사로 최태원 회장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최고경영자(CEO) 30여 명만 참석한다.
역대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연말 인사에서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지난해 현대차 97명, 기아 38명, 현대모비스 20명 등 역대 최대 규모인 총 252명의 임원 승진 인사를 실시한 것과 달리 올해는 ‘거안사위(현재 상황에 만족하지 않고 위기를 준비)’에 방점이 찍히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현대차그룹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급변할 수 있다. 조직을 크게 흔들기보다는 현재 체제에서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차에 정통한 관계자는 “역대급 실적이 우리의 노력도 있지만 환율 효과 덕을 본 것도 있다”며 “위기감을 가지고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LG그룹 역시 조직 안정에 일단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구광모 LG 회장이 당장의 실적보다 미래 먹거리 발굴에 힘을 쏟고 있어 사장단을 대거 교체할 명분이 크지 않다는 게 LG 안팎의 관측이다. 실제 구 회장이 직접 주관하는 계열사별 사업보고회에서도 현재 추진하는 미래 사업에 대한 점검이 최우선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LG 내부에서는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의 부회장 승진 여부가 최고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LG 부회장은 권봉석 ㈜LG 대표이사와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2명이 전부다. 조 대표가 지정학 리스크 등 여러 경영 불확실성 속에서도 안정적인 실적을 이끌었고 미래 사업 준비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승진 가능성이 높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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