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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 갖춰도 납품 거절당하기 일쑤…창업 기업에 협업기회 줘야”[CEO&STORY]

초기 기술기업은 내세울 실적 없어

기업들 상대로 사업 개척 쉽지않아

국내 소부장에 공급처 확보 지원을

임영진 저스템 대표가 경기 화성시 저스템 제 2공장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화성=성형주 기자




임영진 저스템 대표는 ‘창업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레퍼런스(협업 이력)가 없어 협업 기회를 좀처럼 만들어내기 어려웠다”고 답했다. 기업 고객을 상대로 하는 초기 기술기업은 영업 과정에서 내세울 수 있는 이력이 부족해 협업 기회를 잃고 성장 동력마저 상실하는 경우가 흔하다. 임 대표는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성장하고 여타 중소기업이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이들에 기회를 주는 산업 문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스템은 공학박사 출신이자 삼성전자 연구개발(R&D)센터 팀장직을 거친 임 대표가 연구개발을 진두지휘하면서 세계 최초 반도체 습도 제어 장비를 빠르게 개발했다. 저스템이 설립된 시기가 2016년, 1세대 장비 N2 퍼지 시스템이 세상에 처음 나온 해도 2016년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습도를 제어해 수율을 높인다는 발상이 다소 생소했고 이를 도입한 기업 이력도 없다 보니 좀처럼 공급처를 찾기 어려웠다. 저스템은 2018년에야 장비를 납품하기 시작했는데 과도기인 2016~2018년에는 주로 주문 제작 등 외주 업무를 하며 생존을 도모해야 했다.



임 대표는 “어느 대기업에서 진행한 제품 평가에서 기술력으로 1등을 차지했지만 최종 납품은 거절당한 적이 있다”며 “대기업 구매팀에서 저스템의 창립 연한이 짧다는 이유로 신뢰도가 부족하다 지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후 저스템은 기술 재평가를 거쳐 결국 해당 기업에 제품을 납품하게 됐지만 그동안 주요한 매출이 발생하지 않아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임 대표는 “능력·기술 등 모든 조건을 갖춰도 실적이 없으면 기업을 상대로 한 사업을 개척해나가기 어렵다”며 “초창기 기업에 기회를 주는 문화가 우리 산업계에 필요하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인공지능(AI) 시대 도래와 이에 맞춰 급성장하고 있는 AI 반도체 시장에 대비해 저스템은 3세대 장비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은 반도체 칩끼리 쌓는 패키징 등 미세 공정의 정밀도가 중요한 만큼 제조 과정에서 습도 제어가 여전히 주요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외에도 습도 제어 솔루션이 쓰일 수 있는 2차전지와 태양광산업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사업 리스크를 분산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특정 산업의 업황에 따라 경영이 흔들리지 않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R&D 투자는 아끼지 않고 있다. 전체 정규 직원의 30%가량을 R&D 인력으로 구성해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지적재산권(IP) 장벽을 쌓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임 대표는 “업계와 시장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미리 파악한 후 기술을 선제적으로 개발해 이 기술이 가장 필요한 시점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기술기업에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순차적으로 차세대 장비를 개발해 시장을 선도하는 세계적인 장비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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