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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中 경기부양책, 과거처럼 원자재값 끌어올릴까

■ 에릭 놀란드 시카고상업거래소(CME)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상무이사)

에릭 놀란드 시카고상업거래소(CME)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상무이사)




경제 부진의 늪에서 좀체 헤어 나오지 못하던 중국이 최근 칼을 빼 들었다. 자국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지방 정부와 주요 은행에 각각 2조 3000억 위안(약 446조 원), 1조 위안(약 194조 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과 함께 중국인민은행은 사실상의 기준 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도 인하하며 경기 부양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중국 정부와 금융 당국의 경기 부양책이 성공적으로 작용할 경우 원자재 시장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원자재 가격은 지난 20년간 중국의 성장 추세에 따라 움직였으며 대개 약 1년의 시차를 두고 반응했다. 가령 리커창 지수(국제 금융기관들이 중국 GDP 통계 대신 사용하는 경제 보조 지표)를 통해 중국 경제를 살펴보면 성장률은 2007년, 2010년, 2017년, 2021년에 정점을 찍었다. 그리고 1년 후인 2008년, 2011년, 2018년, 2022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 역시 정점을 찍었다. 알루미늄과 구리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농산물 시장도 유사한 경향이 관찰된다. 옥수수와 밀은 대개 12~18개월의 시차를 두고 중국의 경제 상황에 반응했으며, 대두와 대두유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가령 2009년 중국의 경기 부양책 발표 이후 상황을 보면 2011년에 원유와 산업 금속 가격이 치솟았고 2012년에는 농산물 가격이 두 배 이상으로 뛰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원유도 배럴당 40달러 이하에서 110달러 이상으로, 구리는 파운드당 1.3달러에서 4.6달러 이상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단순히 비교하기에는 현재와 당시 상황이 많이 다르다. 우선 부양책을 단행한 배경이 다르다. 2009년 당시 부양책은 중국 외부에서 발생한 글로벌 금융 위기에 대한 대응이었다. 반면 최근 발표한 부양책은 부동산 가격 하락, 소비자 신뢰 및 지출 저하, 지방 정부와 부동산 개발업체의 재정 악화 등 자국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금융 부문 부채 비중도 과거보다 지금이 훨씬 더 크다. 2009년 당시 중국의 비금융 부문 부채 비율은 중국 GDP의 약 140%로 유럽이나 미국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현재 중국의 비금융 부문 부채 비율은 GDP의 약 300%에 달한다. 이는 유럽이나 미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로 미루어 봤을 때 추가 차입은 투자와 소비를 증가시키기보다는 기존 부채를 재조달하는 데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인민은행이 금리를 인하하고 있기는 하지만 동시에 중국의 코어인플레이션(근원물가지수, 일시적 외부 충격에 의해 물가 변동이 심한 품목을 제외한 지수)도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중국인민은행의 정책 금리와 코어인플레이션 간의 차이가 과거보다 더 벌어졌다. 이는 중국의 실질 금리가 실제로는 하락하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를 해결하려면 금리를 0에 가까운 수준으로 인하해야 할 수 있지만, 이는 위안화 약세와 자본 유출을 유발할 수 있다.

중국의 수요 성장 둔화로 인해 원자재 가격 상승이 억제되고 있긴 하지만 중국이 경기 둔화를 막거나 반전시키는 데 성공할 경우 글로벌 원자재 가격은 언제든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이 최근 발표한 부양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지는 아직 불확실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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