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 3사가 13년 만에 연간 동반 흑자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2010년 초반부터 이어져온 조선업 장기 불황이 걷히고 친환경·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한 선별 수주 전략이 실적을 견인하면서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올라탔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009540)은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398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7.4% 증가했다. 6분기 연속 흑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누적 흑자는 9350억 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HD한국조선해양이 올해 총 1조 3000억 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삼성중공업(010140)도 순항 중이다. 삼성중공업의 3분기 영업이익은 1199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58% 증가했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3285억 원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2333억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3사 중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한 한화오션(042660) 또한 흑자 기조로 전환했다. 2분기에는 96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3분기에 25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3분기까지 누적 흑자는 689억 원으로 올해 1000억 원 흑자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복세가 가장 더뎠던 한화오션까지 올해 흑자가 예상되면서 조선 3사는 2011년 이후 처음으로 동반 흑자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3분기까지 조선 3사의 누적 영업이익은 1조 3324억 원이다. 2022년 2조 8237억 원의 대규모 적자를 본 뒤 2023년 3191억 원의 흑자 전환을 거쳐 다시 1년 만에 실적이 급상승한 것이다.
조선 업계는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10년이 넘는 장기 불황에 허덕였다. 특히 2010년대 중반 유가 급락으로 해양 플랜트 사업이 무너지면서 HD한국조선해양(당시 현대중공업)은 2014~2015년 4조 8000억 원,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은 2015~2016년 3조 6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기나긴 구조조정을 거친 조선 업계는 다시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업황이 개선되면서 배 주문이 늘고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18일 기준 신조선가지수는 189.68을 기록했다. 2008년 9월 기록한 역대 최고치(191.6)에 근접한 수치다. 국내 조선 업계는 조선가가 높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친환경·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수주하며 실적을 개선하고 있다.
호황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 3사는 현재 경쟁하듯 수주 소식을 전하고 있다. 올 들어 HD한국조선해양은 188억 4000만 달러(약 25조 9800억 원)를 수주했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도 각각 56억 달러(약 7조 7000억 원), 73억 6000만 달러(약 10조 1500억 원)의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각 조선사마다 이미 3년 치 이상 일감을 쌓아놓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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