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확장현실(XR) 기기 ‘비전프로’가 11월 국내에 정식 출시된다. 아직 XR 기기가 널리 보급되지 않은 국내에서 기존 제품보다 10배가량 비싼 500만 원의 가격을 매긴 만큼 흥행 여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애플은 11월 15일 비전프로를 국내에 출시힌다고 31일 밝혔다. 사전 주문은 11월 4일부터 시작된다. 가격은 최저사양인 256GB 저장용량 제품이 499만 원이다. 비전프로는 시야를 가득 채우는 전면 디스플레이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콘텐츠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XR 기기다. 지난해 6월 연례개발자회의(WWDC)에서 공개된 후 올초부터 전 세계에 순차적으로 출시되고 있다.
사용자는 아이폰처럼 앱스토어에서 전용 운영체제(OS) ‘비전OS’ 앱을 내려받아 이용할 수 있다. 180도 시야각과 공간 음향의 몰입형 영상 콘텐츠나 게임뿐 아니라 카카오톡 같은 일상·여가·업무용을 합쳐 2500여 개의 앱을 지원한다는 게 애플의 설명이다. 비전프로는 이를 위해 자체 칩과 함께 총 2300만 화소의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2개, 카메라 12개, 센서 5개, 마이크 6개를 탑재했다. 사용자가 앱을 쳐다보고 두 손가락을 맞대는 것만으로도 앱과 상호작용하는 조작 기능도 갖췄다.
다만 비전프로의 국내 흥행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게 정보기술(IT) 업계의 반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메타의 ‘메타 퀘스트’가 가상현실(VR) 게임을 중심으로 수요층이 생기고 있다”면서도 “다만 이보다 훨씬 비싼 비전프로를 일반인이나 일반 기업이 업무 등 용도로 쓸 수 있을지는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아직 국내는 XR 기기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사양을 감안해도 가격 부담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먼저 나온 ‘메타 퀘스트3’는 비전프로보다 사양은 낮은 대신 가격도 최저 69만 원 수준이고, 43만 9000원짜리 실속형 제품 ‘메타 퀘스트3S’도 출시됐다.
이 같은 우려는 해외 시장에서 이미 현실화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 세계 XR 기기 시장 점유율은 메타가 압도적으로 높은 74%를 차지했고 애플은 3%에 그쳤다. IDC는 올 상반기 미국 내 비전프로 판매량이 17만 대로, 당초 기대치 30만~40만 대에 크게 못 미쳤다고 분석했다. 외신 디인포메이션은 애플이 최근 비전프로 생산을 크게 줄였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가 이날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출시 계획을 밝히면서 빅테크 간 XR 디바이스 판매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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