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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고혈압 약 끊었다” 비만수술 후 찾아온 놀라운 변화 [메디컬 인사이드]

■최성일 강동경희대병원 비만대사수술센터장

BMI 35 이상인 고도비만 환자, 수술치료 권고 대상

체중감량 효과 장기간 유지…동반질환 개선 효과도

2019년부터 건강보험 적용…한해 2000여 건 수술

복강경 등 최소침습수술로 합병증 발생률 더욱 낮아져

이미지투데이




“겁이 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겁니다. 무사히 수술을 받고 깨어날 수 있을까, 많이 아프지는 않을까 오만가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40대 남성 서모 씨는 한때 체중이 110㎏ 가까이 나갔다. 비만은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지수(BMI)를 기준으로 삼는다. 키가 170㎝ 중반대인 서씨는 BMI가 36㎏/㎡을 훌쩍 넘었다. 고혈압·제2형 당뇨병·지방간 등 다양한 대사질환이 생겼고 혈당 조절이 안돼 인슐린 주사까지 맞았다.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무릎 등 관절이 아파 운동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저 ‘먹는 양을 줄이자’고 마음을 다잡았을 뿐이다. 비만대사수술을 받은 후 서씨의 체중은 13㎏이 빠졌다. 인슐린 분비 자극을 돕는 인크레틴이 활성화돼 인슐린 주사를 중단하고 고혈압 약도 끊었다. 간수치도 정상으로 회복됐다. 여전히 남들보다 체중이 많이 나가지만 주위에서 표정이 밝아졌다는 얘기도 많이 듣는다. 서씨는 “수술이 아니었다면 몇 년만에 삶이 이토록 달라졌을까 싶다” 며 “(수술을 받은 건)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라고 말했다.

◇ 성인 비만 유병률 38% 돌파…고도비만 인구도 급증세


국내 비만 인구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대한비만학회의 ‘2024 비만 팩트시트’에 따르면 성인 남녀 중 BMI 25kg/㎡ 이상인 비만 유병률은 38.4%에 달한다. 20~30대 젊은 연령대를 중심으로 BMI 30㎏/㎡ 이상인 고도비만 유병률도 급증하는 추세다. 비만은 당뇨병·고혈압·이상지질혈증 등 각종 대사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비만이 게으름이나 의지 부족 때문에 생긴다는 인식이 여전히 많다는 점이다. 비만대사수술센터를 찾는다고 처음부터 수술을 권하는 것은 아니다. 3~6개월 가량 식습관 교정, 운동 등 비약물요법을 통한 체중감량을 시도하고 실패할 경우 보조로 약물을 처방한다. 3개월 이내 5~10%의 체중감량 또는 동반질환의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약을 바꾸거나 중단하는 식이다.



그런데 고도비만 환자는 이런 방식만으로 체중을 감량하기가 어렵다. 체중을 줄여도 장기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체중이 줄었어도 지방세포의 수는 그대로라 감량 전 체중으로 돌아가려는 인체의 항상성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 꿈의 비만약? 30%는 투약 중단 후 요요 경험


‘꿈의 비만약’으로 불리는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조차 투약을 중단하면 체중이 다시 늘어날 수 있다. 실제 임상시험 참여 환자들은 위고비를 68주 동안 투여한 결과 평균 14.9%의 체중감량 효과를 보였는데 약 30%는 요요현상을 경험했다. 위고비 같은 GLP-1(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 유사체는 체내 혈당 및 식욕조절에 관여하는 GLP-1 호르몬을 흉내내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고 혈당을 떨어뜨린다. 위의 음식물 배출 속도를 늦추고 간 내 포도당 합성을 감소시키며 뇌에 신호를 보내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적게 잡아도 한 달 약값만 50만 원인데 약을 중단하면 식욕조절에 실패해 체중이 원상복구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성일 강동경희대병원 비만대사수술센터장이 비만대사수술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강동경희대병원




최성일 강동경희대병원 비만대사수술센터장(소화기외과 교수)은 “수술에 견줄 만큼 치료효과가 뛰어난 신약이 등장한 것은 반가운 일” 이라면서도 “투약 중단 후 감량된 체중이 얼마나 오래 유지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 비만대사수술, 탁월한 체중감량 효과 입증…15년 지나도 체중 유지


비만대사수술은 병적 비만 환자에서 체중감량 및 감량된 체중유지 효과가 입증된 유일한 치료법이다. 2007년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스웨덴 비만연구회가 고도비만 환자 4047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수술 후 체중감량 효과가 최대 15년까지 유지됐고 사망 위험도 낮아졌다. 고도비만 환자에 대한 수술적 치료는 제2형 당뇨병(86%)·수면무호흡(85%)·고혈압(78%) 등 동반질환 호전 효과도 뚜렷하다. 국내에서는 2019년부터 BMI 35㎏/㎡ 이상인 고도비만 또는 BMI 30㎏/㎡ 이상이면서 합병증을 한 가지 이상 동반한 환자의 비만대사수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건보 적용 시 수술·진료비를 합쳐 본인 부담금 300만 원이 안된다.

최성일 강동경희대병원 비만대사수술센터장이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사진 제공=강동경희대병원


건보 적용 이후 국내에서는 비만대사 수술이 연간 2000건 이상 시행됐다. 최서희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외과 교수팀이 2019~2021년에 비만대사수술을 받은 환자 7360명을 분석한 결과 평균연령은 37.8세였고 수술 1년 후 45.5%가 당뇨약을 중단할 정도로 비만 관련 동반질환 개선 효과가 뛰어났다. 수술을 통해 비만과 합병증에서 해방돼 사회로 복귀하는 청년층이 많다는 의미다. 수술 방식은 크게 식도, 십이지장과 연결된 위의 크기를 바나나 형태로 가늘고 작게 만드는 ‘위 절제술’과 위 상부를 절제해 작은 위 주머니를 만든 다음 소장과 바로 연결하는 ‘위 우회술’로 나뉜다. 우리나라는 위암 발생률이 높은 편이라 수술 후 내시경 검사에 제약이 없는 위 절제술 시행률이 높다.

◇ 강동경희대병원, 다학제 협진 통해 수술 전부터 이후 관리까지 밀착 케어


강동경희대병원 비만대사수술센터는 당뇨·고혈압 등 대사질환을 동반한 고도비만 환자에게 위장관외과·내분비대사내과·신경과·정신건강의학과·영양팀이 긴밀한 다학제 협진을 제공한다. 수술 전부터 비만대사를 정확히 평가하고 복강경·로봇수술 등 최소침습수술을 포함한 내·외과적 접근이 이뤄진다. 최 센터장은 “수술 후 체중감소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1년 반까지 25∼30%가량 줄어든다”며 “수술 후에도 체중과 대사질환을 밀착 관리한 결과 대부분 감량된 상태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복강경, 로봇수술 도입 후 회복기간이 더욱 짧아져 통상 3~4일 정도면 퇴원한다. 그는 “비만대사수술의 합병증은 흔히 ‘맹장염’으로불리는 충수돌기염 수술과 유사한 수준이다. 아직까지 수술만큼 확실하고 안전한 고도비만 치료법은 없다”며 “과도한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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