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러·보톡스 등 피부 미용시술을 도수·무좀치료로 둔갑시켜 실손보험금 10억 원을 편취한 보험사기 일당이 적발됐다. 보험 사기를 주도한 의사는 방송 출연과 유튜브 채널 운영 등을 통해 높아진 인지도를 바탕으로 수백 명에 달하는 환자들을 범행에 끌어들였다.
금융감독원은 부산남부경찰서와 공조해 이같은 조직형 보험 사기를 벌인 의료진과 브로커, 가짜환자 등 270여 명을 검거했다고 3일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의사 A씨는 실리프팅·필러·보톡스·물광주사 등 피부미용 시술비용을 실손보험으로 충당하는 범행 수법을 설계하고 가짜환자 유인, 허위 진료기록 작성 등 조직적인 보험사기를 주도했다. A씨는 다수의 방송 출연 경험과 유튜브 채널·인터넷 팬카페 운영 등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이를 환자 모집 등 병원 홍보에도 장기간 활용했다.
범행은 환자가 피부미용 패키지를 결제하면 해당 금액에 맞춰 과거 도수·무좀치료를 받은 것처럼 허위 서류를 일괄 발급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환자가 선결제 방식으로 1050만 원의 패키지 상품을 구매하면, 1회당 20만 원인 무좀 25회(500만 원)와 1회당 25만 원인 도수 22회(550만 원)로 허위 진료기록을 발급하는 식이다. 환자가 과거 다른 병원에서 치료했던 날짜에는 허위 진료기록이 발급되지 않도록 직원들에게 ‘타병원 날짜 확인하고 (허위서류) 내리기’ 등의 메모 지시를 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심지어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는 요령과 표준 문안을 환자에게 매뉴얼로 배포하기도 했다.
10여 명의 브로커들은 고가의 피부미용 시술비용을 실손보험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현혹해 가짜환자들을 병원에 알선했다. A씨는 이들에게 환자가 결제한 금액의 약 20%를 수수료로 지급했다. 전문 브로커 B씨는 2개월 동안 환자 22명을 알선해 2억 2000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그 대가로 수수료 39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병원 직원들은 환자의 실제 시술 기록과 허위 기록을 별도로 구분하기 위해 이중으로 진료기록을 운영했다. 병원에 방문한 적 없는 의사 지인에게 허위 진료기록만 발급하고 가짜환자 간 적립금(패키지 선결제 금액) 양도, 가족 등 타인 명의의 서류 발급 등 다양한 행태로 허위 서류를 발급했다. 일부 직원들은 환자를 유인하고 환자가 병원에 결제한 금액의 3~5%를 급여 이외 인센티브로 받았으며 병원에서 발급받은 허위 진료기록으로 직접 보험금을 편취하기도 했다.
병원 의료진과 브로커의 권유에 넘어간 가짜 환자 270여 명은 허위 진료기록 등을 보험회사에 제출해 10억 원에 달하는 실손보험금을 타냈다.
금감원은 “보험사기에 동조·가담한 환자들도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가 다수 있으므로 보험계약자들은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경찰청과 함께 보험사기 척결을 위해 적극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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