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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다양성 지킨다더니…보호지역 훼손 여전

그린피스 "정부 목표, KMGBF 기준 미달"

토사 유출로 훼손된 가리왕산 알파인 스키장. 산사태에 대비한 토목공사가 지난 6월 진행 중이었다. /그린피스




한국 정부의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이 재정 목표는 물론 복원 목표에서도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KMGBF)'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산과자연의친구 우이령사람들과 공동으로 ‘돌아오지 못한 보호지역 : 보호지역 관리 실태 보고서’를 발간하고 4일 이 같이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그린피스가 국내 보호지역과 경제림 육성단지 7만 4,947ha가 중첩된 사실을 공개한 ‘보호받지 못한 보호지역’의 후속 보고서다. 그린피스는 콜롬비아 칼리에서 지난 2일 폐막한 제16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6)에 맞춰 새로운 보고서를 공개했다.

지난 6월 그린피스의 문제제기 이후, 산림청은 9월 30일 경제림육성단지 일부 지정해제 공고를 통해 민주지산을 포함한 보호지역 내 경제림 약 600ha를 해제한 사실을 발표했다. 긍정적인 변화지만 여전히 보호지역과 중첩된 경제림 육성단지가 적잖은 데다 다른 보호지역의 부실 관리 사례도 추가로 확인됐다. 일례로 대암산은 대한민국 제1호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천연보호구역임에도 불구하고 2018년 말 벌채가 시작돼 축구 경기장 약 87.5개 크기인 약 70ha 이상의 훼손이 확인됐다. 이 중 10ha는 천연보호구역, 그 외 지역 다수도 야생동물 서식지로 개발이 금지된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이다. 인근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에서도 일반 임도보다 폭이 넓은 산불예방임도(유효 너비 3.5~5m)가 개설돼 생태적 가치가 위협받고 있었다.

지난 6월 대우산·대암산 천연보호구역 내 훼손 현장. /그린피스




가리왕산은 2008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강원도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장으로 이 곳을 활용한 후 곧바로 복원하기로 약속했고, 산림청은 2013년 6월 가리왕산 산림유전자보호구역의 핵심구역 78ha을 보호구역에서 공식적으로 해제했다. 그러나 올림픽이 끝난 후 6년이 지난 현재까지 복원은 이뤄지지 않았으며 국가정원 추가 건설까지 검토되고 있다. 윤여창 산과자연의친구 우이령사람들 대표는 “보호구역에서 해제되어 스키장으로 개발된 가리왕산의 복원은 미래세대를 위한 현세대의 약속이므로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2022년 KMGBF에 서명하고 2023년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전 국토의 30%를 보호지역 및 자연공존지역(OECM)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가리왕산을 포함해 설악산 내 케이블 카 설치,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중 흑산도 일부 지역에 공항 건설 등이 추진되면서 이름만 보호지역인 ‘페이퍼 보호지역’ 이 늘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훼손 지역 복원 목표도 국제 기준과 괴리가 있다. KMGBF는 "훼손된 육상, 내륙수역, 연안 및 해양 생태계의 최소 30%를 2030년까지 효과적으로 복원"하도록 목표를 설정하고 있지만, 지난해 12월 환경부가 발표한 한국의 국가생물다양성 전략은 "2027년까지 훼손지역을 식별하고 2030년까지 복원 우선지역의 30%에 대해 착수한다"는 계획에 그치고 있다.

최태영 그린피스 생물다양성 캠페이너는 “훼손되고 개발되는 보호지역을 방관한 채 목표 수치에만 집중한다면 KMGBF가 목표한 실질적 효과는 없을 것”이라며 “보호지역의 개발 행위는 야생동식물 서식처와 탄소흡수원 파괴로 이어지고 산림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리는 만큼, 한국정부에 보호지역 관련 법안을 개선하고 개발을 멈출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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