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 1일 기준 미국 10년 국채금리는 4.38%를 넘어섰다. 원·달러 환율은 다시 1400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2016년 당시와 비교해 보면 최근 금리와 환율은 80~90% 이상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을 이미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막상 대선 이후 금융 시장 흐름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누가되든 상황은 녹록지 않다. 미중 패권 경쟁과 공급망 분리는 계속될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그 속도가 더 빨라질 뿐이다. 교역 중심의 한국 경제와 수출 업체 입장에서는 악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이 축소되면서 러-우전쟁도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군사적 긴장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지원이 사라지는 상황에서 세계 각국은 자기 살길을 알아서 찾을 수밖에 없다. 경제 안보적으로 국가 간 협력은 약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미국 과학자 연맹(Federation of American Scientists·FAS)에 따르면 최근 중국과 북한의 핵탄두 보유량은 90개와 20개로 과거 대비 늘었다. 인도 역시 마찬가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정책(보편 관세 1~20% 대중 관세 60%)은 사회, 경제적인 변화를 더 가속할 것이다. 대미 수출 비중 측면에서 멕시코, 베트남, 일본의 피해가 예상된다. 멕시코 수출에서 미국 비중은 80% 이상으로 절대적이다. 베트남 수출에서 미국 비중은 28.7%를 차지한다. 트럼프 1기 초반 2017년 이후 수출 비중 변화를 보면 베트남, 한국, 대만 순으로 대미 수출 비중이 늘었다. 반면 브라질의 대미 수출 비중은 오히려 감소했다. 관세에 대해서는 멕시코, 한국, 베트남 등의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이고, 브라질과 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래도 2018~19년 당시보다는 피해가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한다. 미중 관세 분쟁 당시 코스피 영업이익은 2018년 197조 원에서 2019년 137조 원으로 -30.6% 감소했다. 관세와 글로벌 경기 및 반도체 업황 후퇴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현재는 미국 연착륙 기대가 높다. 반도체 업황도 인공지능(AI) 수요 덕분에 예전과 같은 공급과잉을 겪을 가능성도 작아 기업 이익 감소 폭도 당시만큼 크지 않을 전망이다.
더구나 주가도 이미 내려앉은 상태다. 2018~2019년 당시 코스피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9.4배에서 7.6배까지 하락했으며 주가순자산비율(PBR)도 1배에서 0.76배로 떨어졌다. 지난달 말 기준 주식시장 PER은 8.7배, PBR은 0.88배로 당시 저점 수준에서 멀지 않다. 주식시장의 추가 하락 위험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트럼프가 보여준 자국 우선주의가 국내 수출 위주 기업들에 우호적이지 않음을 감안하면 통신·유틸리티 등 내수 업종 중심의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반면 해리스 후보가 승리한다면 트럼프 당선을 반영한 흐름이 반전될 것이다. 금리는 하향 안정되고, 달러 강세 속도도 진정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대미 수출주들의 흐름도 나아질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적어도 다음 대선 전까지는 미국 예외주의에 대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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