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
군부대를 위문하기 위해 빵과 도시락을 들고 지난 2년간 왕복한 거리다. 서울에서 출발해 가깝게는 경기도 일산부터 멀리는 경남 함안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산 넘고 물을 건넜다. 하도 군인들을 찾아다닌다고 해서 ‘군벤져스(군+어벤져스)’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외식 기업 CJ푸드빌의 임종욱 ESG팀장과 민중원 뉴채널사업팀장 얘기다.
4일 서울 중구 CJ푸드빌 본사에서 만난 두 사람은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40곳의 군부대를 찾았다”면서 “일정이 몰릴 때는 일주일에 한번씩 방문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계기는 2021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육군 17사단 장교 부부의 다섯 쌍둥이 출산을 축하하기 위해 손편지를 들고 병원을 방문한 김찬호 CJ푸드빌 대표의 머릿속에 ‘사업보국(事業報國)’이라는 단어가 스쳤다. 제품과 서비스로 사회에 기여한다는 이 철학은 CJ그룹의 창업 이념이기도 하다. 100일이 지난 이듬해 CJ푸드빌은 9000인분의 뚜레쥬르 빵을 17사단에 보냈다. 다섯 쌍둥이의 ‘100일 잔치’ 격이었다. 임 팀장은 “베이커리와 외식 제품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는 군인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려는 바람이었다”고 했다.
이때까지도 ‘한두 번 하다 말 줄 알았던’ 지원 사업의 규모는 날로 커졌다. 군 지휘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아이디어 제안도 이어졌다. 빵으로 시작했던 메뉴가 도시락과 패밀리 레스토랑 빕스의 ‘폭립’ 간편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졌다. 민 팀장은 “병사들이 제일 좋아했던 음식은 결국 고기”라면서 “다른 부대 소식을 전해 들은 지휘관들이 ‘우리 사단도 와서 격려해 달라’며 먼저 요청을 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인근에 빕스 매장이 없는 격오지 부대에 빕스의 셰프들이 파견되기도 했다. 일일 군 조리병 생활을 경험한 빕스 셰프들에게도 소중한 경험이 됐다. 하루만큼은 조리병들에게 휴식과 함께 따뜻한 밥 한끼를 내어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민 팀장은 “빕스 셰프들이 병영 내 식당 장비를 활용해 스테이크와 폭립을 굽고 밥도 그 자리에서 볶아 내놨다”면서 “이동하면서 어쩔 수 없이 식게 되는 도시락보다 더 따뜻한 음식을 제공할 수 있어서 다들 기뻐했다”고 회상했다.
올해 남은 일정 역시 달력에 빼곡하게 적혀 있다. 두 사람은 사단별로 1만 인분에 이르는 위문품을 준비하기 위해 통상 2개월 전에 일정을 조율한다. 임 팀장은 “그동안 육군을 지원했던 경우가 많아 연말에는 해·공군 위문 일정을 많이 잡았다”면서 “각지에서 묵묵히 할 일을 다하는 장병들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두 사람 이전에도 CJ푸드빌은 10년 넘게 외식 브랜드에서 군인 대상 할인을 유지해왔다. 기업의 진정성 있는 사회 기여 활동은 직원들의 자부심 고취에도 도움이 된다. 두 사람이 고된 출장을 감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없었다면 2년간 40회라는 위문 건수는 나올 수가 없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임 팀장은 “사회와 기업의 일원으로서 군인들에게 존경심을 전해줬다는 생각이 들 때면 출장의 피로도 눈 녹듯 사라진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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