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정형외과와 가정의학과 치료로 지급된 실손보험금의 70% 이상이 비급여 진료에 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도수치료 등 물리치료와 영양주사 등에 들어가는 실손보험금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5개 손해보험사에 따르면 이들 회사가 올해 상반기 지급한 실손보험금은 모두 4조 943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3% 증가했다.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 급여 진료 중 본인부담 부분과 비급여 진료비를 보장한다. 올 상반기 지급 보험금 중 급여 지급금은 2조 875억 원이고 비급여 지급금은 2조 8564억원이었다. 비급여 지급보험금 비율은 2023년 57.6%에서 올해 상반기 57.8%로 비슷했다.
진료과목 중 비급여 진료비 비율이 높은 과는 단연 정형외과(71.0%)와 가정의학과(70.4%)다. 이들 두 과목의 보험금이 전체 보험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5%에 달한다. 정형외과는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치료, 증식치료(인대주사) 등 비급여 물리치료가 많아 비급여 진료비 비율이 높고 가정의학과는 도수치료와 함께 비급여 주사치료가 많아 비급여 비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비급여 물리치료는 실손보험금의 약 20%를 차지한다.
또한 비급여 비율이 높은 진료과목이 지급보험금 상승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형외과와 가정의학과는 올해 상반기 보험금 지급금이 각각 12.7%, 5.7%씩 증가했고 이비인후과(15.5%), 소아청소년과(10.1%), 비뇨의학과(11.3%), 한방병원(7.1%), 산부인과(5.1%) 등에서도 보험금 지급금이 늘었다. 이들 과목의 비급여 비율은 50∼60% 후반대다.
반면 비급여 비율이 2022년 76.9%로 높았던 안과는 지난해 28.2%, 올해 상반기 28.9%로 급감했다. 안과의 비급여 지급 보험금은 2022년 4564억원에서 지난해 547억원, 올해 상반기 314억원으로 줄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2022년 대법원판결 이전에는 백내장 과잉수술과 더불어 비급여 가격 부풀리기가 심각했다”면서 “그러나 '입원 치료 필요가 없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오고 실손 보상 기준이 강화되면서 백내장 과잉수술이 진정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는 정부가 비급여 진료에 대한 적정성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표준 치료비를 정해 직접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급여 규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비슷한 급여진료가 있더라도 비급여 공급이 확대된다"며 "이는 결국 실손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정부의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선 10월 29일 “연내 실손보험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에 지시한 데 이어 4일에도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과 비급여·실손보험 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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