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매출 부풀리기’ 등으로 회계 처리 기준을 위반한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해 ‘중과실’로 판단해 제재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금융감독원이 주장한 ‘고의 1단계’보다는 제재 수위가 낮아졌으나 검찰에 관련 자료를 이첩하기로 하면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사법 리스크는 한동안 이어지게 됐다.
5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증선위는 6일 정례 회의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회계 처리 기준 위반에 대해 최종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올 4월 회계 전문 기구인 감리위원회 논의를 거쳐 6월 5일 증선위에 처음 안건이 상정된 지 5개월 만에 결론이 나오는 셈이다.
증선위는 여러 차례 논의 끝에 중과실로 판단하고 전임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대한 해임 권고와 직무 정지, 과징금 34억 원 등을 의결하기로 잠정 결정 지었다. 류긍선 대표이사와 전 CFO에 대한 과징금 3억 4000만 원도 함께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2월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총액법으로 회계를 처리해 매출을 부풀렸다며 고의 1단계를 적용해 과징금 약 90억 원과 대표이사 해임, 검찰 고발 등을 회사 측에 통보한 바 있다. 증선위의 제재가 중과실로 확정되면 카카오모빌리티는 대표이사 해임, 검찰 고발 등을 피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증선위가 회계 처리 기준 위반과 관련해 논의된 자료를 검찰에 송부하기로 결정하면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사법 리스크는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리·감리 결과 조치양정기준에 따르면 제재 수위는 동기에 따라 고의·중과실·과실로 나뉘고 다시 중요도에 따라 1~5단계로 분류된다. 중과실은 고의와 달리 검찰 고발이나 대표이사 해임 권고 등의 조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나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검찰 이첩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증선위가 검찰에 자료를 송부하기로 한 것은 서울남부지검에서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한 ‘콜 몰아주기’와 ‘콜 차단’ 등의 혐의를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 장대규)는 이날 성남 판교에 소재한 카카오 본사와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 사무실 등 7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앞서 금감원으로부터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자료를 확보한 데 이어 강제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공정위는 일반 택시를 배제하고 가맹택시인 카카오T블루에 콜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며 카카오모빌리티에 과징금 271억 원을 부과하고 중소벤처기업부의 요청에 따라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달에는 경쟁 가맹택시에 영업 비밀을 요구하고 일반 호출을 차단했다는 혐의와 관련해 과징금 724억 원을 재부과하고 검찰에 추가 고발한 상태다.
콜 몰아주기와 콜 차단 등 공정거래법 위반 사안을 수사 중인 검찰이 증선위 자료를 넘겨받으면 매출 부풀리기 등 회계 처리 기준 위반 사건을 들여다볼 가능성도 커졌다. 사법 리스크가 지속되면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상장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 역시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정위 고발 건으로 남부지검에서 수사하고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해 증선위 논의 자료를 업무 정보 형태로 송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0~2023년 택시회사나 기사로부터 운임의 20%를 수수료로 받고 광고와 데이터 등의 대가로 다시 운임의 16~17%를 돌려주면서 이를 총액법에 따라 20% 전체를 매출로 계상했다. 이를 두고 금감원은 두 계약을 하나로 보는 순액법을 적용해 운임의 3~4%만 매출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후 카카오모빌리티는 금감원의 지적에 따라 순액법을 적용해 과거 재무제표를 모두 정정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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