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류와 농산물 가격이 안정되면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다만 소비 감소와 함께 물가가 낮아지고 있어 수요 둔화가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5일 통계청의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보다 1.3% 올랐다. 이는 2021년 1월(0.9%)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 폭이다. 소비자물가는 9월(1.6%)에 이어 2개월 연속 1%대를 보였다.
물가 하락의 1차 원인은 석유류다. 10.9% 하락하면서 1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10~20% 수준을 나타냈던 신선식품 물가 상승률도 1.6%에 그쳤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석유류와 농축수산물을 비롯한 공급 요인이 물가 안정세를 주도했다”고 해석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물가 안정의 기반이 견고해지는 과정”이라며 “소비자물가는 연말로 갈수록 2%에 근접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물가 상승률 둔화가 경기 부진과 맞물렸다는 의견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4% 감소해 1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3분기 기준 소매판매는 전기 대비 0.5% 줄어 3개 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국내총생산(GDP)도 올 2분기에 전기 대비 0.2% 감소했고 3분기에는 0.1% 증가에 그쳤다.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은 “내수 경기가 부진한 여파가 근원물가에 적잖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상승률은 1.8%를 기록했다. 전월(2%)보다 0.2%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2021년 9월(1.4%) 이후 3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지난달 공업 제품 물가도 2021년 2월(-0.8%)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로 전환했다.
물가 둔화 폭 확대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3분기 경제성장률과 최근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이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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