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은 구본경(사진)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이 유럽의 대표적 국제 공동연구 지원 프로그램인 ‘유럽연구위원회(ERC) 시너지 그랜트’에 선정됐다고 5일 밝혔다. 유럽연합(EU) 최대 연구 지원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유럽’의 하나로 국내 기관 소속 연구자가 이에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 단장을 포함해 벤저민 사이먼스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마리아 알코레아 케임브리지 줄기세포연구소 그룹리더, 다니엘 슈탕거 독일 드레스덴공대 의과대학 교수 등 한국·유럽 4개 연구팀으로 이뤄진 ‘클론이스케이프팀’은 내년부터 6년 간 1000만 유로(150억 원)을 지원받아 모자이크 유전학을 활용한 암 발생 기전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모자이크 유전학은 유전자 변이가 선택적으로 발생해 서로 다른 유전적 구성을 가지는 세포들이 공존하는 현상을 연구하는 분야다. 암 같은 질병의 최 단계에서 세포들이 어떻게 변이하고 발달하는지, 다양한 유전적 특성을 지닌 클론들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분석해 발병 과정을 깊게 이해할 수 있다.
공동 연구팀은 암을 일으키는 클론을 최초 세포부터 추적해 암 씨앗 세포가 어떻게 인체의 면역 장벽을 뚫고 암세포 클론으로 성장하는지, 이 클론이 자라 어떻게 다른 세포와 경쟁하거나 다양한 변이를 축적해 암으로 성장하는지를 집중적으로 밝혀낼 계획이다. 암 초기 발생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역으로 암의 예방과 조기 진단, 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기초 지식을 얻을 수 있다.
특히 구 단장은 유전자 교정 기법으로 만든 생쥐와 오가노이드(유사장기) 모델을 이용한 위장관 내 성체 줄기세포 연구 분야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는 모자이크 유전학을 통해 생쥐 모델로 암 발생 초기 단계를 추적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2022년과 지난해에는 글로벌 학술정보 분석기업 클래리베이트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HCR)’에 선정되기도 했다.
구 단장은 “암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을 밝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각기 다른 분야에서 세계적 역량을 가진 연구자들과 협력해 암의 기원을 이해하고 질병의 진행 과정을 혁신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마리아 렙틴 ERC 의장은 “여러 학문과 국가, 심지어 대륙을 넘어선 뛰어난 연구자들이 ERC 시너지 그랜트를 통해 한 팀이 돼 난제 해결을 목표로 협력한다”며 “선정자 모두에 축하를 전하며 이들이 지식의 경계를 넓혀가는 과정을 기대한다”고 했다. 올해 ERC 시너지 그랜트에는 구 단장을 포함해 전 세계 24개국, 57개팀, 201명이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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