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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점휴업 100일 방송통신정책 ‘올스톱’…'단통법폐지·인앱결제' 답이 없다

김태규 직무대행 1인체제…물리적 한계

심의·의결은 커녕 전체회의도 소집 못해

인앱결제 시정조치 발표만…처분 미뤄져

이통3사 공정위 과징금에 조율 역할 불가

알리익스프레스 시정명령 미확정서 통보

위원장 헌재 심리도 또 다른 뇌관 불보듯

김태규(왼쪽 첫번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14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과 박민 KBS 사장. 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가 7월31일 이후 한 번도 열리지 않고 있다. 오는 7일이면 전체회의를 개최하지 않은 지 100일을 기록하게 된다. 이렇다 보니 인앱결제, 이동통신3사 과징금, 단통법 폐지, 미디어통합법 제정 어느 것 하나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말 그대로 개점휴업 아무것도 못하는 식물위원회라는 비판이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5일 방통위 관계자는 “부위원장이 이동통신사들과 현장 간담회를 개최하려 해도 번번이 미뤄지고 있다”며 “위원장 직무대행 1인체제다보니 업무과중이 지나친 형편인데다 현안 의결도 하지 못해 사실상 정책 집행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진숙 위원장이 취임 사흘 만인 지난 8월2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직무가 정지되면서 김태규 부위원장의 위원장 직무대행 체제가 물리적 한계에 이른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김 부위원장 겸 위원장 직무대행은 지난달 한 차례 'KT 혜화국사'를 방문했지만 다른 통신사 관계자들과 현장 간담회 일정은 잇따라 취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1인체제다 보니 제적위원 과반수 찬성에 의결을 할 수도 없고 2인 이상의 위원 요구가 있을 때 소집할 수 있는 회의 자체가 열릴 수도 없는 불능상태에 빠진 셈이다.

5인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되는 방통위는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당 측 추천 인사를 임명하지 않으면서 이 같은 상황이 일찌감치 예고됐다. 위원장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것도 여권 위원들로 구성된 2인 체제에서 의결을 이어오다가 자초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방통위의 불능상태가 곧 방송통신정책의 ‘올스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인앱결제만 해도 지난해 10월 앱 마켓 사업자의 부당행위에 사실조사를 거쳐 구글·애플에 과징금 총 680억 원을 부과하는 시정조치안을 발표했지만 최종 처분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망이용대가에 국내 기업에 역차별 조항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미디어통합법 제정도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다. 모처럼 여야 이견이 없는 단통법 폐지 역시 주부 부처로서 우후죽순으로 발의된 법안을 교통정리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단통법에 의해 방통위의 행정조치에 맞춰 판매장려금을 조절한 이통3사에 대해 공정위는 조 단위 과징금 부과를 예고하고 있다. 그런데도 방통위는 입장 표명 외에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운영하는 온라인 상품거래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에 대한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 위반 관련 사실조사를 마무리하고 시정조치안을 통보했지만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규모를 확정지을 심의와 의결은 언제 이뤄질지 미지수인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방통위도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1일 법원이 MBC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차기 이사진 임명에 대한 집행정지를 유지하기로 결정하자 방통위는 정부 부처로는 이례적으로 강하게 사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방통위는 이날 자료를 통해 “재판부가 방통위의 시스템 마비 문제를 소홀히 다룬 것은 정부 부처에 대한 사법부의 이해 부족에서 기인한 것이며, 민생 현안을 적기에 처리하지 못해 국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원은 1인 체제는 커녕 2인체제(이진숙 위원장·김태규 부위원장)에서 이뤄진 방문진 신임 이사 임명 조차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여권과 방통위는 이 위원장의 탄핵기각 결정만 기다리고 있지만 기각이 되더라도 사정이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는 게 중론이다. 오는 17일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등 헌법재판관 3명이 퇴임을 하면서 6명의 재판관이 이 위원장의 탄핵심판을 진행하게 되면서다. 이 위원장이 심리 정족수 미달로 심리가 정지되는 게 부당하다며 낸 가처분 신청을 헌재가 받아들여 ‘헌재 마비’사태는 피했지만 어떤 결정이 나더라도 정족수 부족 문제는 또 다른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민주당은 헌번재판관 선출안을 단독으로 처리하는 방안도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 정쟁이 헌번재판 정족수 문제로까지 확전되면 방통위 정상화는 더욱 어려울 것”이라며 “전 세계가 방송, 통신 전 분야에서 AI경쟁으로 새로운 차별화를 모색하는 시기에 방송통신정책은 멈춰서버린 후진적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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