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을 기치로 내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 집권에 성공하며 미국 테크주들이 날아오르고 있다.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당선 일등공신으로 꼽히며 15% 가깝게 상승했다. 트럼프가 꺼낸 ‘반도체 관세 정책’을 반영하듯 인텔·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 제조사도 탄력을 받은 반면 TSMC와 애플은 미·중 무역전쟁 확전 우려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도 TSMC와 같은 처지에 처한 만큼 향후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6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는 테슬라가 14.75% 폭등하는 등 테크주를 중심으로 한 강세장이 펼쳐졌다. 시가총액 1위인 엔비디아도 4.07% 오른 가운데 인텔이 7.42%, 마이크론이 6.01%, 이날 호실적을 발표한 퀄컴이 4.27% 상승 마감하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3.12% 올랐다.
트럼프 재선을 전면 지원한 머스크의 ‘올인’ 전략이 대성공을 거두며 테슬라가 정책적 지원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다. 트럼프는 전날 당선 사례에서 머스크에 수차례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인텔과 마이크론은 칩스법(반도체지원법) 대신 외산 반도체에 대한 관세를 도입하겠다는 트럼프 정책에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두 기업 모두 거액의 칩스법 지원금을 약속 받았으나, 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투자하는 모든 기업에게 제공되는 칩스법보다 외국 기업에게만 적용되는 관세 장벽이 더욱 유리하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의 반도체 관세 도입 우려에 이날 TSMC는 1.3% 하락 마감했다. TSMC는 애리조나 피닉스에 600억 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파운드리를 건설 중으로 66억 달러 상당 지원금을 약속 받은 상태다. 칩스법 지원금은 사라지고 미국 투자 부담만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따른다.
트럼프 재선으로 미·중 갈등 수위가 높아지며 중국의 대만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점도 걱정 거리다. 실제 미·중 갈등 격화 우려에 이날 주요 테크주가 강세를 보이는 와중 애플은 0.33% 하락 마감했다. 애플은 아이폰 등 주요 기기를 중국 폭스콘에서 생산 중으로, 중국 매출 비중도 높다.
국내 반도체 업계도 부담을 지울 수 없다. 반도체 관세가 적용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도 TSMC와 같은 부담을 피할 수 없는 탓이다. 테크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관세가 도입된다면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미국이 본진인 인텔·마이크론 대비 미국 내 투자와 가격경쟁력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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