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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다음의 '후퇴' 그리고 저널리즘의 추억

■김경훈 디지털편집부장

다음뉴스 입점심사 '정량평가'두고 뒷말

정치권 외풍 피하려 제평위 이전 회귀

'제목 경쟁' 아닌 '뉴스 공론장' 되돌려야





“자치(self governing)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저널리즘 본연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적 대안을 고민합니다.”

포털 사이트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는 지난해 12월 뉴스 서비스를 개편하면서 ‘저널리즘’을 강조했다.

모바일 포털 메인 화면에 이용자가 직접 선택한 언론사 편집판을 모아 볼 수 있는 ‘언론사’ 탭을 맨 앞쪽에 배치해 독자 노출을 강화한 점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였다. 네이버 등 다른 포털은 시도해 본 적 없는 파격으로 유입 극대화를 위해 독자들이 구독한 언론사 기사를 최우선 배열했다.

이용자의 선택권과 언론사 편집권 강화로 축약되는 뉴스 서비스 개편을 두고 양질의 기사 노출과 주요 이슈에 대한 대응에 적극적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뉴스의 다양성은 실종되고 오히려 이용자 불편만 키운 ‘변화를 위한 변화’라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이에 앞서 2022년 8월 이용자가 직접 선택한 언론사의 뉴스를 모아볼 수 있는 ‘마이뉴스’ 신설을 핵심으로 같은 취지의 개편을 단행했던 카카오의 도전 결과는 어땠을까.

카카오는 6개월 뒤 자사의 인공지능(AI) 기술과 정책을 소개하는 ‘테크 에틱스(Tech Ethics)’ 매거진을 통해 다음뉴스 서비스 개편 이후의 상황을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개편 이후 노출되는 언론사·이슈·카테고리별 다양성 등을 측정하는 ‘평균 다양성 지수’는 개편 전 대비 0.048에서 0.083으로 73%가량 늘었다. 카카오는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이용자들이 더욱 다양한 이슈의 뉴스를 소비하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후속 보고서에는 과연 어떤 내용이 담길까’ 하는 기대감이 높아지던 상황에서 카카오는 다음뉴스 콘텐츠 제휴(Contents Partner·CP) 매체를 100% 정량 평가로 결정한다는 새 심사 기준을 내놨다. 국정감사를 앞둔 지난달 4일의 일이다.



수년간 뉴스 포털 체제를 이끌어 온 뉴스제휴평가위원회 대신 자체 심사를 통해 다음뉴스 언론사 입점 프로세스를 바꾸겠다는 선언이었다. 콘텐츠 제휴의 장벽을 낮춘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저널리즘에 대한 평가가 사라지면서 ‘뉴스 공론장’이 후퇴할 것이라는 지적이 터져나왔다. 엄격한 품질 평가를 통한 뉴스 포털 운영은 사라지고 매체들이 이용자의 주목을 받기 위해 제목과 사진으로 경쟁하도록 방치하는 ‘뉴스 포털의 구글화’만 남을 것이라는 우려까지 이어졌다.

카카오는 언론 매체의 공신력 있는 단체 소속 여부와 자체 기사 생산 비율 기준선 충족 여부 등을 따져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에도 이번 개편은 국감을 고려해 제평위의 ‘좌편향’을 성토하는 정치권 압박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다음뉴스의 개편은 공교롭게도 정부 여당의 압박이 이어진 가운데 이뤄졌다. 지난해 24시간이 지나면 댓글이 사라지는 ‘타임톡’ 도입, 검색 제휴 1100여 개 언론 검색 기본 값 배제 등의 개편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뒷말을 낳기도 했다.

“정치권에서 제평위를 흔들다 보니 각종 법정 다툼으로 정부 눈치를 보는 카카오가 선제적으로 뉴스 평가 개편에 나선 상황입니다. 정량 평가에 대한 선호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도입해버리면서 저널리즘을 강조했던 뉴스 서비스 제공에 있어 입지가 애매해졌습니다.”

김범수 창업주가 구속되고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페이 등 핵심 자회사들이 정부 제재에 신음하고 있는 상황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정치적 외풍만 신경 쓰느라 개편 방향을 신중하게 고민하지 못하고 저널리즘을 포기해 버렸다는 한 업계 관계자의 지적은 씁쓸함을 남긴다.

‘이순신 장군님, 야후는 다음이 물리치겠습니다’라는 도발적인 문구를 앞세워 2000년대 초반 국내 포털 시장을 독식하던 야후를 밀어내고 1위에 올랐던 ‘국민 포털’의 존재감은 이제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지난달 12일 시장점유율 조사 서비스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국내 웹 검색 포털 점유율은 네이버가 54.73%로 1위를 기록했다. 다음은 3.33%로 빙(3.6%)에 3위 자리마저 내주고 4위로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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