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최대 낙폭을 기록했던 에이럭스(475580)의 상장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상장일 보유 지분 중 유통 가능한 물량을 모두 매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모주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보고 있는 시점에 정작 공모가 결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상장 주관사는 막대한 차익을 실현했다는 점에서 시장 불신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7일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럭스는 코스닥 상장일이었던 지난 1일 단일 계좌 거래량이 지나치게 많았다는 이유로 투자 주의 종목으로 지정(11월 4일)됐다고 공시했다. 기관투자가로 분류된 계좌는 상장일 하루 동안 에이럭스 주식 33만 9500주를 매도했다. 전체 발행 주식의 2.56%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해당 계좌를 소유한 기관은 한국투자증권으로 특정된다. 에이럭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상장일 유통 가능한 보유 주식 수가 33만 9500주와 정확히 일치하는 투자자는 한국투자증권이 유일하다. 한국투자증권은 2020년 3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에이럭스 주식 48만 5000주를 주당 3600원에 취득했다. 이 중 14만 5500주는 상장 후 1개월 동안 자발적 의무보유를 통해 매도가 제한되지만 33만 9500주는 상장 당일 바로 매도가 가능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지분 매도는 에이럭스 주가 폭락의 주된 요인이기도 했다. 당시 기관투자가들의 순매도 물량은 143만 6378주였다. 한국투자증권의 매도 물량이 전체 순매도 물량의 약 24%를 차지했다. 에이럭스는 상장일 공모가 대비 38.25% 급락한 9880원에 거래를 마쳤다.
문제는 에이럭스의 공모가가 희망 가격 범위(밴드, 1만 1500∼1만 3500원) 상단보다 높은 1만 6000원에 정해졌다는 점이다. 에이럭스는 이미 기업가치 산출 과정에서 주가수익비율(PER)을 51.56배로 적용해 고평가 논란이 일었던 기업이었다. 상장 주관사는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 결과를 바탕으로 기업과 협의를 통해 공모가를 결정한다. 즉, 에이럭스의 공모가를 비싸게 설정한 주관사가 자신들은 낮은 가격에 취득한 주식을 상장일 대량으로 매도하며 주가를 끌어내린 셈이다. 만약 한국투자증권이 종가(9880원)에 지분을 전량 매도했다고 가정하더라도 21억 3206만 원의 차익을 거뒀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의 지분 매도가 금융투자협회 증권 인수업무 규정과 상충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공모주 시장이 냉랭해진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시장 불신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은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가장 활발히 하는 증권사 중 하나”라며 “'셀프 상장'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에이럭스 지분 매도 사실 및 관련 입장을 묻는 질문에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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