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128940) 그룹 경영권 갈등이 1년 내내 이어지는 가운데 임종훈 한미사이언스(008930) 대표가 한미그룹 밸류업 전략을 발표했다. 인수합병(M&A) 등 외부 협업을 통해 그룹 가치를 2028년까지 영업이익 1조원대로 키울 것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임 대표는 또 외부 자금 조달 등을 통해 어머니 송영숙 회장 등 3자 연합과의 분쟁에서 경영권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는 의지를 보였다.
한미약품 그룹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는 7일 서울 글래드 여의도 호텔에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한미그룹 밸류업 및 중장기 성장전략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회견에는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와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헬스케어 사업부문 부사장, 우기석 온라인팜 대표 등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참석했다. 핵심 계열사인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회견은 임원진뿐만 아니라 소액주주까지 둘로 쪼개진 상황에서 주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자리로 해석돼 관심이 쏠렸다. 오는 28일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이사회 정원 확대, 다음달 19일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에서는 박재현 대표 해임 안건이 다뤄질 예정이다.
임 대표는 "지난 5월 대표 취임 이후 여러 전문가로부터 컨설팅을 받아 실현 가능한 성장 전략을 준비했다"이라며 "2028년까지 그룹 영업이익을 1조 원대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한미그룹 경영권은 제3자 세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닌 3월 주총을 통해 주주분들의 선택을 받았고 현재 이사회의 신임을 받고 있는 저를 중심으로 현행 체제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한미그룹 성장 전략의 핵심은 ‘비유기적 성장(Inorganic Growth)’과 ‘다각화’다. 인오가닉은 M&A, 전략적 제휴 등 외부 협업을 통해 그룹 경쟁력 강화하는 방안이다. 신규 치료영역 확대, 헬스케어 밸류체인 사업 다각화, 제약 원료 CDMO 사업 확대, 온라인팜의 유통 역량 강화 등 그룹 전반의 세부 전략 과제들이 발표됐다. 김영호 한미사이언스 경영지원 상무는 "한미는 그동안 R&D(연구개발) 투자 통해 자체 연구 역량을 개발하고 이를 기술수출해왔다"며 "제약산업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더 높은 가치 창출을 위해서 인오가닉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성장성이 높은 정신질환, 신경계, 골질환 등 다양한 치료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한미약품의 매출 대부분은 심혈관계에서 발생한다. 이를 통해 2028년까지 한미사이언스의 매출을 2조 3000억 원까지 올려 지난해 대비 13.3% 연평균 성장률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핵심은 자금 조달 방식이다. 한미사이언스는 2028년까지 5년간 총 8150억 원의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전날 공시했다. 구체적으로 M&A 5680억 원, R&D 2000억 원, 제조시설 420억원, 정보기술(IT) 인프라 50억원 등을 투자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날 오전 3자 연합 측은 재원 마련에 의문을 표시했다. 3자 연합은 “한미사이언스의 가치를 훼손하면서 작성한 '밀실' 보고서가 외부세력 유치를 통한 일부 주주의 부채 탕감에 활용돼선 안 된다”며 "'3자배정 유상증자'라도 하겠다는 것인지, 핵심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이에 김 상무는 "9월 27일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때 보고를 했다"며 "송영숙 회장도 그 자리에서 "좋은 이야기"고 평가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송 회장님은 현재 해외 출장 중인 걸로 알고 있는데 과연 소통이 된 의견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외부 자금 조달처에 대해 "재무적 투자(FI), 전략적 투자(SI) 등 다양한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김 상무도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인 곳이 있고 증자 등의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며 "회사 가치 제고 위한 투자라면 이사, 주주들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