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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코앞” 쉬쉬하며 찾는 특효약 정체가 [약 읽어주는 안경진 기자]

시험 전에 먹으면 긴장 완화 효과

심장·손 등 교감신경 활성화 막아

당뇨환자 '저혈당 신호' 알수없어

이미지투데이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수능을 본지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가는 데도 시험 당일 1교시 시작을 알리는 타종 소리와 함께 문제지를 받아들던 순간의 떨림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창피함을 무릅쓰고 고백하자면 저는 늘 입던 교복 차림에 즐겨먹던 과자까지 챙겨서 고사장에 갔습니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시험을 치르고 싶다면 평소와 비슷한 생활 패턴을 유지하는 게 좋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철썩 같이 믿었거든요. 전날 밤에도 스트레스 해소를 핑계로 제법 늦은 시간까지 TV를 보다가 잠자리에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수능 당일 수험생들이 느끼는 중압감은 어마어마하죠. 올해는 27년 만에 이뤄진 의대 정원 확대로 역대 최대 규모의 N수생이 응시하면서 수험생들의 긴장감이 더욱 높아졌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이런 중요한 날에는 갑자기 배가 아파 집중을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죠. 시험지를 받아든 순간 머릿 속이 하얗게 변하면서 전혀 기억이 나지 않기도 합니다. 이 같은 불상사를 막기 위해 처방되는 약이 있습니다. 바로 ‘인데놀’이라는 알약인데요. 수험생은 물론 취업준비생 사이에서는 이미 ‘수능약, 면접약’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라 매년 수능이 다가오면 일선 병의원에 인데놀 처방 가능 여부를 문의하는 사례가 늘어날 정도라고요.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인데놀을 처방해주는 병원 리스트도 공공연하게 돌아다닌다고 합니다.

‘인데놀’ 제품 사진. 사진 제공=약학정보원


인데놀의 주성분은 베타차단제 계열 프로프라놀롤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한 본래 적응증은 부정맥, 협십증, 고혈압의 보조요법입니다. 베타차단제는 심장과 심장 주변의 혈관에 분포해 있는 교감신경성 베타수용체를 차단해 심근의 수축력과 산소 요구량, 혈압 등을 감소시키거든요. 결과적으로 심박수가 안정되는 효과를 나타냅니다. 중요한 시험을 치르거나 면접, 무대에 오르는 등 극도의 긴장 상황에 놓이면 우리 몸의 교감 신경계가 활성화됩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아드레날린 분비량이 늘어나고 우리 몸의 수용체와 결합하면서 심장이 빨리 뛰고 호흡량이 늘어나게 되죠. 프로프라놀롤은 바로 이 아드레날린이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막아 교감 신경의 활성화를 차단해 줍니다. 떨리거나 긴장되는 순간을 앞두고 인데놀을 소량 복용하면 심박수가 일정해지고 혈관이 안정화되면서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손이 떨리는 증상이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죠. 심장이 긴장된 상황을 맞닥뜨렸다는 신호를 전달 받지 못하니 안정시 심박수가 유지되고 결과적으로 평정심을 유지하도록 도와줍니다. 신체반응을 속여서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하는 원리라고나 할까요? 무대공포증, 고소공포증 등이 있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저용량 인데놀을 처방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 1970년대 영국에서 음악 연주자들이 무대 공포증을 해소하기 위해 프로프라놀롤 성분을 처방 받아 복용했던 게 시초라고 하더라고요. 당시 연주자들의 퍼포먼스가 향상됐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안 떨게 해주는 약’으로 입소문을 탔고 우리나라에서도 음대 입시 준비생들을 중심으로 알음알음 퍼지기 시작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일회성 면접이나 시험, 공연을 앞두고 인데놀 10㎎ 정도를 복용하는 것은 대체로 안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하지만 심리적 의존도가 높아져 습관적으로 복용하는 것은 주의해야 합니다. 베타차단제는 심장의 베타수용체 뿐 아니라 신장, 기관지의 베타수용체에도 작용하거든요.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호흡기질환이나 저혈압이 있는 환자에겐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당뇨병 환자라면 약의 영향으로 저혈당의 신호인 가슴 두근거림을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술이나 커피와 함께 복용하면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합니다. 맥박이 느려지는 서맥이나 설사, 구토, 불면, 어지러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안 먹던 약을 먹었을 때 시험 당일 어떤 반응이 나타날지 모르니 복용을 고민 중이라면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하고 소량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정식 처방이 아닌 다른 경로로 약을 구하는 건 절대 금물입니다.



참고로 양궁, 사격 등 집중력과 정확성이 요구되는 특정 종목의 경우 심박수를 낮추고 강력한 이완 효과를 나타낸다는 이유로 프로프라놀롤 염산염을 도핑 성분으로 지정하고 있는데요. 내년부터 스키·스노보드 종목에서는 베타차단제가 금지약물 목록에서 제외됐다고 합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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