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상에서 27명이 탑승한 어선이 침몰해 2명이 숨지고 12명이 실종됐다. 어획물을 옮겨 싣던 중 선박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33분께 제주 비양도 북서쪽 약 24㎞ 해상에서 129톤급 선망 어선 금성호가 침몰 중이라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고등어잡이에 나선 금성호의 승선원은 총 27명(한국인 16, 인도네시아인 11)이었으며 현재 15명이 인근 선박에 구조됐다. 그러나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한국인 2명은 사망했고 나머지 12명(한국인 10, 인도네시아인 2)은 실종됐다. 금성호 선체는 완전 침몰했다.
금성호가 소속된 대형선망수협은 본선에서 어획물을 운반선으로 옮겨 싣는 작업을 하던 중 선박이 갑자기 한쪽으로 쏠리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당시 조리장 등 2명은 선내에 있었고 나머지 승선원 대부분은 갑판에서 어획물 이적 작업을 하고 있어서 구명조끼를 입고 있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해경 함정 18척과 항공기 5대, 특공대·구조대, 해군 함정 3척과 군·경·소방 항공기 4대, 어업 지도선 2척, 민간 어선 13척 등이 수색에 동원됐다.
선장 출신인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해수부 정책자문위원장)는 “선박 전복 사고는 복원성이 부족할 때 발생한다”면서 “옆으로 흔들리거나 기울어도 바로 제자리로 돌아오는 힘이 복원성인데 밑바닥 무게가 충분하지 않으면 넘어지기 쉽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사고 접수 1시간가량이 지난 이날 오전 5시 46분께 위기 경보 ‘심각’을 발령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금성호 침몰 사고에 대해 “현장의 가용 자원 및 인력을 총동원해 인명 수색과 구조에 만전을 다하고 구조대원의 안전에도 유의하라”고 지시했다.
제주지검은 수사팀(안전사고 및 해양 담당 3개 검사실)을 구성해 사고 원인 등 파악에 나섰다. 제주시는 현장상황실을 마련해 생존자 치료 및 실종자 유가족 지원을 하고 있다.
한편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3700~3800척을 유지하던 선박 사고는 지난해부터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선박 사고는 총 4068척으로 2022년 3779척 대비 7.6%가량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8월까지 2519척의 선박 사고가 발생했다. 선종별로는 어선이 지난 5년간 9727척으로 전체의 50%를 차지했다. 사고 원인으로는 ‘정비 불량’이 전체의 38%(7393척)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공길영 한국해양대 항해학부 교수는 “하인리히 법칙처럼 작은 사고나 위기 신호를 포착하지 않은 상황에서 방심하는 순간 큰 인재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선원들에 대한 안전 교육을 꾸준히 실시하고 지속적인 안점 점검과 감독관 파견으로 사전에 경고 조치도 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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