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새마을금고 기업 대출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해 200억원에 가까운 돈을 편취한 일당을 붙잡아 재판에 넘겼다. 한통속이 된 대출 브로커와 새마을금고 직원, 감정평가사 등이 2년여간 조직적이고 반복적인 기업대출 상품 대출사기를 벌였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10일 서울북부지검 형사제5부(부장검사 박지훈)와 수사과는 새마을금고 기업운전자금대출 상품을 악용해 193억 원을 편취한 대출 브로커와 감정평가법인 대표, 감정평가사 등 16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새마을금고중앙회가 ‘193억 원 사기 대출’과 관련해 배임 혐의로 서울의 한 새마을금고 과장급 직원이던 A 씨를 고발하면서 직접 수사에 나섰다.
검찰 조사 결과 특경법상 배임·수재 등 혐의를 받는 A 씨는 특경법상 사기·증재 등의 혐의를 받는 대출 브로커 B 씨로부터 1억 1000만 원을 받고 2020년 9월부터 2022년 7월까지 부실 대출을 내준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악용한 대출 시스템은 기업의 생산 판매 활동 등 운영 활동에 필요한 기업운전자금대출로, 피해 횟수·규모만 총 15건 193억 원에 이른다.
이들 일당은 체계적인 역할 분담을 통해 조직적으로 사기 대출을 실행했다. 먼저 실차주의 대출 의뢰를 받은 B 씨는 모집책을 통해 채무자(대출신청인) 역할을 할 명의대여자를 구하고 허위서류 작성책을 통해 각종 허위서류를 마련했다. 이후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명의대여자는 A 씨가 근무하는 새마을금고로 찾아가 허위 소득증명원과 운전자금 용도증명을 위한 허위공사계약서를 제출한 뒤 대출을 신청했다.
A·B 씨는 2021년 3월부터 그 해 9월까지 감정 브로커와 C 감정평가법인과 결탁해 기업운전자금대출 시 담보로 제시할 토지의 감정가를 부풀린 혐의도 받는다. B 씨가 감정 브로커에게 감정가 부풀리기를 의뢰하면 C 감정평가법인 대표 D 씨의 지시를 받은 소속 감정평가사가 의뢰받은 감정가에 맞춰 감정평가서를 쓰는 방식이었다. D 씨는 사기 대출에 가담해 총 87억 원을 편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감정평가 조작을 지시한 D 씨는 특경법상 사기와 감정평가법 위반의 혐의를 받아 구속 기소됐고, 소속 감정평가사 4명은 감정평가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A 씨는 전산조작을 통해 C 감정평가법인이 새마을금고로부터 감정평가를 의뢰받도록 하는 등 ‘키맨’ 역할을 했다. 새마을금고는 원래 무작위로 의뢰 시에 감정평가법인이 지정되도록 전산상 설정돼 있다. 다만 A 씨는 같은 토지 주소를 입력하더라도 끝에 마침표나 빗금을 추가한 채 다시 감정평가법인을 추출해도 새롭게 무작위 추출되는 허점을 파악하고 C 감정평가법인이 추출될 때까지 법인 선정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대출승인 관련 중요 심사기준인 감정평가서 채택에 있어 미비한 점을 확인해 새마을금고 전산시스템 재정비 등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수법으로 기업운전자금대출금을 받은 일당은 이를 나눠 가지는 한편, A 씨에게는 사례금 형식으로 일부를 지급했다. 일당은 1년 분의 대출 이자는 미리 명의대여자 계좌에 남겨두면서 은행 측에서 1년 후 연체가 발생하고 나서야 문제를 발견하도록 치밀하게 설계했다.
검찰은 129차례에 걸쳐 압수영장 집행·계좌추적 등 59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끝에 올해 4월 실차주와 허위서류 작성책을 체포·구속한 것을 시작으로, 주요 피의자를 구속 기소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금까지 총 35명을 입건해 16명을 기소했고 이들 중 사기대출 실행위자인 9명을 구속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기대출에 악용된 기업운전자금대출은 대형금융기관에서는 대출이 어려운 개인사업자의 사업수행자금 지원을 위한 것으로 심각한 민생침해 범죄이기에 철저하게 수사해 엄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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