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교보자산신탁이 뒤늦게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과정에서 일부 부실 시공사로 사업을 집중했다며 경영유의 등 제재를 결정했다. 금감원이 최근 부동산신탁사의 책임준공형 사업장에 대한 집중 점검을 진행 중인 만큼 향후 다른 신탁사에 대한 검사 결과도 발표될 가능성이 나온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 금융투자검사2국은 지난 6일 교보자산신탁을 대상으로 책준형 사업장과 관련해 경영유의사항 제재를 결정했다. 교보자산신탁이 업계 후발주자로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과정에서 유동성 위험에 노출됐으나 이를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교보자산신탁이 2022년 10월 뒤늦게 시공사별 수주 한도를 도입했으나 이미 특정 부실 시공사에 대한 쏠림 현상이 발생했다”며 “책준형 관련 시공사 수주한도 체계화, 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 실시 및 자금조달 방안 마련 등 세부방안을 마련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금감원은 교보자산신탁의 신탁계정대여금에 대한 자산건전성 분류도 문제를 삼았다. 신탁계정대는 사업비를 조달하기 위해 신탁사가 자체 자금으로 대여한 자금인데, 사업자 부실 등이 발생하면 이를 투입하기 때문에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를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교보자산신탁은 2021년 10월부터 2022년 9월까지 분양률이나 공사 진행률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면서 ‘요주의’로 분류해야 하는 것을 ‘정상’으로 분류하는 등 잘못 처리함으로써 최대 50억 원에 달하는 대손준비금을 과소 적립했다는 것이다.
금감원이 최근 부동산신탁사에 대한 집중 검사를 진행 중인 만큼 교보자산신탁을 시작으로 추가적인 제재가 나올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올해 하반기 신한자산신탁, KB부동산신탁, 우리자산신탁 등 주요 신탁사에 대한 수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업무보고에서도 금감원은 “책준형 토지신탁 관련 우발채무의 현실화 가능성이 높은 부동산신탁사에 대한 추가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공사가 지연되는 사업장이 늘면서 책준 관련 법적 분쟁도 급증하고 있다. 책임준공형 사업장은 시공사가 일정 기간 안에 건축물을 준공하지 못하면 신탁사가 의무를 대신하는 신탁 사업이다. 책준 기한을 넘긴 사업장에서 신한자산신탁과 KB부동산신탁 등을 상대로 한 배상 소송이 연달아 제기되면서 당국은 업무 처리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 중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