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유액이 1000억 달러를 처음 돌파했다. 일정한 지수 구간을 오르내리는 ‘박스피’에 지친 투자자들이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미국 증시로 ‘투자 이민’을 떠나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며 미국 증시가 추가적으로 상승할 것이란 기대에 자금 유입은 물론 평가액도 늘어난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단 분석이다.
1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지난 7일 기준 1013억 6570만 달러(약 141조 7295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대장주 삼성전자 시가총액(378조 6000억 원)의 37.4%에 해당하고, 시총 2위인 SK하이닉스 시총(145조 1000억 원)과 맞먹는다.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투자는 코로나19 이후 크게 늘었다.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과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한 미국 증시의 상승 탄력이 한국 증시를 앞섰기 때문이다. 2019년 말 84억 달러를 겨우 넘은 미국 주식 보관액은 2022년 말 약 442억 달러, 지난해 말 680억 달러로 빠르게 늘어났다.
국내 투자자의 미국 투자 이민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로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대신 관세 등 무역장벽 강화로 수출 의존도가 큰 국내 기업들의 입지는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