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학비 면제나 주택청약 혜택 같은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11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연구원은 8월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제출한 ‘주요 전략산업의 핵심 역량 강화 방안’ 보고서에서 “미국 정계에서는 일정 수준의 학위를 취득할 경우 자동 영주권을 부여하는 식의 제도를 논의하고 있다”며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국내 우수 인재들의 엑소더스(대규모 탈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미국 내 대학을 졸업하면 미국에 체류할 수 있도록 자동적으로 영주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 반도체산업협회는 지난해 7월 2030년까지 미 반도체 산업계에 기술직 2만 6400명, 컴퓨터 공학자 1만 3400명 등 총 6만 7000명의 인재 부족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이에 대응할 만한 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의 입지 매력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젊은 인재들의 국내 잔류 인센티브를 제고할 수 있는 근본적 수준의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전략산업 전공생·취업자에게 학비 면제 및 장학금 혜택, 취업 이후 주택청약 또는 소득세 일부 면제 특례를 부여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직접 보조금이나 반도체 특별 회계뿐만 아니라 비상시에 대비한 특별비상기금을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 연구위원은 “중국이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메모리 단가가 지금의 2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질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며 “최악의 상황에 저리로 대출을 해주기 위한 기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