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급여 수급들이 진료받을 때 내는 본인 부담금에 상한선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의료급여 본인 부담금을 정률제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취약계층의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의료급여는 기초생활수급자와 노숙자 등 생계유지 능력이 없는 국민에게 의료비를 지원하는 공공부조 제도다.
1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의료급여 수급자들이 진료를 받을 때 지나친 부담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의료급여 본인 부담금을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꾸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본인 부담금은 건당 1000~2000원 수준인데 이를 진료비에 비례(4~8%)해 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약국 이용에 대한 본인 부담금도 건당 500원에서 약값의 2%로 바뀐다. 의료급여 본인 부담금이 저렴하다는 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자 이를 개선하려는 것이다. 의료급여 본인 부담금이 2007년 처음 신설된 이후 17년 동안 한 차례도 오르지 않아 실질 부담이 상당히 감소한 점도 한 몫 했다.
문제는 정률제를 적용할 경우 수급자의 본인 부담금이 급격히 커지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들어 의료급여 수급자가 3차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뒤 200만 원의 진료비가 나오면 지금은 2000원만 내면 되지만 정률제에서는 16만 원(8%)을 납부해야 한다. 물론 본인 부담금은 월 5만 원이 넘지 않도록 규정돼있다. 하지만 일단 진료 시 발생하는 본인 부담금을 납부한 뒤 사후에 초과분을 환급받는 구조다.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더라도 당장 십수만 원을 내야 치료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의료급여 수급자들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생계를 꾸리는 취약 계층이기 때문에 수만 원의 비용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에 복지부는 진료 시 납부하는 본인 부담금에 상한을 두는 등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의료계에서는 본인 부담금 상한선이 3만 원 이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고령층 수급자들은 살면서 한두 번 틀니나 백내장 등 치과·안과에서 큰돈을 지출할 수 있다”며 “이런 경우에도 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본인 부담금 상한을 조절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본인 부담금 납부 예외가 되는 중증 질환 목록도 확대할 수 있도록 사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급여 수급자들이 본인 부담금 명목으로 쓸 수 있게 제공하던 건강생활유지비를 내년부터 월 6000원에서 1만 2000원으로 올릴 예정”이라며 “의료급여 수급자 91%의 월 본인부담금 지출이 이보다 적기 때문에 대부분의 정책수요자들은 (정률제로 전환해도) 부담이 늘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증 질환이나 입원 치료는 지금도 본인 부담금이 면제되기 때문에 정률제로 전환하더라도 과도한 본인 부담금이 발생하는 경우는 극히 적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진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하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부는 일부 수급자의 과잉진료가 이어지는 등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정률제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가 국회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한 수급자는 지난해 하루 평균 6번씩 병원에 방문하며 수 천만 원의 진료비를 지출했다. 병원 방문 건 당 본인 부담금이 1000~2000원에 불과해 발생하는 일이다. 정부 관계자는 “의료급여 수급자들과 비슷한 연령·만성질환도를 가진 건강보험 가입자들을 비교해보면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진료일수가 30% 더 많고 외래 진료비는 44% 더 많았다”며 “불필요한 제도 남용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본인부담금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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