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051910)이 전남 여수공장의 PVC(폴리염화비닐) 생산 라인을 일부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저수익 한계사업인 PVC 제품 생산을 줄이고 새로 개발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라인을 전환하는 움직임으로 파악된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기초 석유제품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가운데 석유화학업계의 '스페셜티 찾기'가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높은 온도에서 성질이 변하는 기존 PVC의 단점을 극복한 강한 내열성의 초고중합도 PVC를 국내 중소기업과 공동 개발했다. 중합은 분자들을 서로 결합해 거대한 고분자 물질을 만드는 반응을 의미하는데 초고중합도는 결합하는 분자 갯수를 초고도로 끌어올린 형태다. 이렇게 되면 기존 PVC보다 내열성 등 물성이 월등히 좋아진다.
현재 LG화학은 여수공장에 있는 6개의 PVC 생산라인 중 두 개 라인의 가동을 중단하고 초고중합도 PVC 생산라인 전환을 위한 테스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안으로 라인을 정비한 후 내년 1분기 전기차 급속∙초급속 충전 케이블 용도로 초고중합도 PVC 제품을 본격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최고 수준의 난연성(불이 붙지 않는 성질)을 구현할 예정"이라며 "기존 전기차 충전 케이블의 단점인 유연성도 개선해 여성과 노약자들까지 쉽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고 설명했다. 현재 전기차 충전 케이블 소재가 대부분 수입산이기 때문에 제품을 국산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이 이처럼 PVC 라인 조정에 나선 것은 수익 둔화 때문이다. PVC는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이 생산되는 범용 합성 플라스틱이다. 가볍고 내구성과 단열성이 우수해 파이프, 창틀, 바닥재 등 건축자재로 주로 쓰인다. 중국 건설업이 호황이던 201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석화기업에 많은 수익을 안겨다줬다. 하지만 중국이 자체적으로 PVC 제품 생산에 나서면서 시장을 잃고 있다. 특히 중극 측의 저가 제품, 과잉 생산으로 수익성도 악화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톤당 848달러에 거래되던 PVC 가격은 9월 기준 780달러로 떨어졌다.
LG화학은 PVC 외에도 적자를 보고 있는 기초 범용 제품을 줄이고 스페셜티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올해 초 실적 부진을 이유로 석유화학 원료 스티렌모노머(SM)를 생산하는 여수∙대산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산업 전망이 불투명한 나프타분해시설(NCC) 여수 2공장 매각설도 꾸준히 나온다. LG화학은 석화 시황과 수요 성장세 변화를 고려해 캐팩스(설비투자) 규모를 기존 4조 원에서 2조 원 중반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대신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 자동차용 고부가합성수지(ABS), 전기차 타이어용 합성고무 스타이렌 부타디엔 고무(SSBR) 등 고부가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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