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국내 패션 브랜드 ‘마뗑킴’이 일본에 진출하면서 무신사와 손을 잡는다. 이미 2021년 일본에 상륙해 발빠르게 현지 네트워크와 유통망을 확보한 무신사와 협력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본에 현지법인 무신사 재팬을 두고 있는 무신사는 다른 신진 브랜드와 지속적으로 협업해 K패션 일본 진출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할 계획이다.
1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마뗑킴과 계약을 맺고 향후 5년 간 일본 내 브랜드 유통과 판매를 전담하기로 했다. 양측은 내년 상반기 도쿄 핵심 상권에 들어설 단독 마뗑킴 플래그십 매장을 시작으로 2029년까지 5년 간 15개 오프라인 판매처를 확보할 예정이다. 계약 기간 내 총 2500억 원 규모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한다. 무신사로서는 입점 브랜드의 해외 상설매장 오픈을 지원하는 첫 사례다. 무신사 관계자는 “마뗑킴이 국내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시너지를 내며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력은 마뗑킴이 국내 대형 백화점 대신 무신사를 택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고 평가받는다. 마뗑킴은 본격적인 일본 진출을 앞두고 신세계·현대백화점과도 가능성을 타진해왔다. 올해 5월에는 ‘더현대 글로벌’을 통해 파르코 도쿄 시부야점에 팝업을 내는 등 일본에서 총 4차례 팝업 스토어를 운영했다.
무신사가 마뗑킴과의 계약을 따낸 데는 디자이너 브랜드의 판로를 개척해온 노하우와 이해도가 강점으로 작용했다. 이미 떠오르는 국내 브랜드의 일본 진출을 성공적으로 지원한 사례도 있다. 무신사 재팬을 통해 일본 시장에 안착한 ‘마르디 메크르디’가 대표적이다. 마르디 메크르디는 2021년 말 일본에 진출한 이래 현지 플랫폼 입점 없이 무신사와 협업한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와 팝업 스토어만으로 이듬해 연 매출 30억 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후 현지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서 지난해 11월 무신사와의 계약을 종료하고 직접 운영으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뗑킴이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에 입점한 2022년 이후 13개국에서 거둔 온라인 판매 성과도 이번 선택의 배경이 됐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의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0% 성장했다. 누적 가입자 수는 2.6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일본에서의 성장률은 더 가파른 150%를 기록했다.
이른바 ‘3마’로 꼽히는 마뗑킴과 마르디 메크르디,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외에도 해외 시장을 공략하려는 브랜드가 늘면서 무신사의 일본 진출 지원 사업 포트폴리오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2021년 발빠르게 설립된 현지 법인 ‘무신사 재팬’이 이런 역할을 맡고 있다. 2022년에는 일본어로 된 온라인 스토어를 열었다. 무신사 재팬은 현재 △스탠드오일 △글로니 △레스트앤레크레이션 등의 브랜드와 일본 내 판로 확대를 위해 협업 중이다.
업계에서는 일본 시장 내에서 한국 패션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백화점을 포함한 대형 유통사들까지 K패션을 알리는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데다 현지에서의 수요도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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