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로 각광 받고 있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부문에서 SK하이닉스(000660)가 내년에도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삼성전자(005930)는 기술 격차를 좁혀가고 있지만 SK하이닉스를 따라잡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평가됐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의 서실리아 찬 애널리스트는 12일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 생산 물량이 내년까지 완판된 상태”라며 “향후 12개월간 HBM 부문에서 정상에 머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경쟁업체 마이크론 추정치를 인용해 SK하이닉스의 HBM 부문 매출이 지난해 40억 달러(약 5조 6000억 원)에서 내년 250억 달러(약 35조 원)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DDR5를 비롯한 고성능 D램이 대형 데이터센터들에 사용되기 때문에 이 역시 SK하이닉스의 매출에 기여할 수 있다고 봤다. SK하이닉스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올해 500% 이상 증가한 데 이어 내년에도 36%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HBM 부문에서 SK하이닉스를 따라잡는 시기가 2025년은 아닐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HBM 부문에서 SK하이닉스의 주도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작다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의 HBM3E 수율(생산품 대비 정상품 비율)이 80%에 근접할 정도로 높고,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한 산업 특성,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의 견고한 관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5세대 HBM인 HBM3E에 대해 "현재 HBM3E 8단·12단 모두 양산 판매 중"이라며 "주요 고객사 품질 테스트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고 4분기 중 판매 확대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편 보고서는 내년도 D램 과잉 공급에 대한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하면서 HBM에 대한 강력한 수요가 일시적인 과잉 공급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HBM에 들어가는 웨이퍼는 표준형 D램의 3배 정도이며, 영업이익도 HBM(53%)이 표준형 D램(34%)보다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이밖에 보고서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반도체 분야에서 대중국 규제 강화 우려와 관련해 HBM 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 근거로 SK하이닉스의 HBM3·HBM3E 등 HBM 제품은 주로 엔비디아의 고사양 칩에 사용되는데 이는 이미 중국 판매가 금지된 상태라는 점을 지적했다.
AI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에 대한 학습 또는 추론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를 위해 엔비디아의 주력 제품인 GPU(그래픽처리장치) 성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쌓아 올려 연산 속도를 높인 HBM이 주목 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해 이 분야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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