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2기’를 앞두고 경제와 통상·안보 분야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도 대미 외교 예산이 거꾸로 감액 편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예산을 짜는 시점에 이미 미국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었음에도 소극적인 편성에 나선 것이다.
12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5년 예산안’에 따르면 외교부의 내년도 ‘북미 지역 국가와의 전략적 특별 협력 관계 강화’ 예산은 51억 3300만 원으로 올해보다 1억 6500만 원(3.1%) 감액 편성됐다. 해당 예산은 미국·캐나다 등 북미 지역 국가와의 외교뿐 아니라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현안 대응에도 사용하도록 규정돼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유세 중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100억 달러(약 14조 원)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공언했는데 대응 예산은 거꾸로 줄어든 셈이다.
외교부 소관 예산 가운데 중장기 외교 역량 강화에 사용되는 ‘외교 전략 연구 및 교육 훈련’ 사업은 130억 5100만 원에서 123억 8800만 원으로 5.1% 삭감 편성됐다. 외교정책 연구 및 외교 활동 업무 지원 예산도 각각 5%, 3.4% 깎였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통상 관련 예산도 줄어들었다. 산업부의 내년도 통상 협력 지원 예산은 1050억 8600만 원으로 올해(1241억 7900만 원) 대비 190억 9300만 원(15.4%) 감소했다. 해당 사업은 양자·다자 무역 협상은 물론 통상 분쟁에 대응하는 비용도 포괄한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대적인 관세 인상을 예고하는 한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예산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대미 네트워크 구축은 외교부 뿐 아니라 기획재정부·산업부 등 여러 부처의 예산이 투입돼 일부 예산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미국이 미치는 외교적 영향력과 트럼프 정부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외교부의 대미 외교 예산이나 인력, 로비 규모는 작은 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미국 정치권에 지출하고 있는 로비 비용도 감소세인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비영리단체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한국 정부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KOTRA가 지출한 대미 로비 비용은 2019년 3237만 달러(약 456억 원)를 기록한 후 2020년 2019만 달러(약 284억 원), 2022년 2891만 달러(약 407억 원) 등 증감을 반복한 뒤 2023년에는 1485만 달러(209억 원)까지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 정부가 지출한 비용은 3875만 달러(약 545억 원)에서 6173만 달러(약 868억 원)로 1.6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국민의 청원권을 명시한 수정 헌법 1조에 따라 로비 활동이 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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