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숨긴 혐의로 금융 당국 조사를 받는 고려아연(010130)에 대한 주주소송 판이 커진다. 소액 주주 뿐만 아니라 고려아연 지분을 쥔 법인(기업) 주주도 소송 참여를 타진 중이다. 손해배상 책임을 확실히 묻기 위해 미래에셋증권(006800)에 ‘방조죄’를 묻겠다는 방침이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법인(기업) 주주 두 곳이 법무법인 한별(담당변호사 이성우)에 주주소송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이들의 고려아연 주식 보유액은 수십억 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별은 고려아연 대표이사 및 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추진 중이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안을 믿고 투자한 주주들이 갑작스런 대규모 유상증자로 재산상 피해를 봤다는 취지다.
법인 주주의 참여로 고려아연 손해배상 소송 판이 커졌다는 평가다. 소액주주 대비 피해액이 큰 법인주주는 승소 의지가 클 뿐더러, 피해 복구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배임 죄로 고소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피해 회복을 위해서라면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손해배상 소송 시 법무법인 한별과 고려아연 주주들은 미래에셋증권을 피고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이성우 한별 변호사는 “법인 주주 측에서 고려아연 공개매수 주관사이자 유상증자 주선사인 미래에셋증권이 사기적 부정거래를 방조해 주가 변동성이 커진 것 아니냐고 강하게 따져묻고 있다”며 “금융감독원 조사와 형사 절차를 거쳐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가 밝혀지면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미래에셋증권을 피고로 삼으려는 배경에는 실질적 배상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이사진이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형사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들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걸 경우 주주들의 손실을 복구하기가 쉽지 않다. 최 회장의 경우 이번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고려아연 지분 대부분을 담보로 잡아뒀다. 이사진도 개인들로 배상 여력이 제한될 것이란 분석이다.
우선 관심은 금감원의 미래에셋증권 조사 결과에 쏠린다. 금감원은 지난달 31일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애초 지난 8일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기간이 추가로 연장됐다. 미래에셋증권 한 팀에서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유상증자 업무를 모두 담당했는데, 고려아연 주장처럼 공개매수 당시 유상증자 계획이 없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피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법인은 고려아연이 자본시장법 178조를 위반했고 미래에셋증권은 이를 방조했다고 보고 있다. 자본시장법 178조에는 ‘부정거래’가 규정돼 있다. 178조는 증권 매입 등 금융투자상품을 매매할 때 부정한 수단과 위계(거짓 계획)를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고려아연 이사회가 유상증자를 예정하고 있었는데도 공개매수 당시 재무구조 변경 계획이 없다고 공시했다면 명백한 ‘위계’에 해당한다. 이 경우 자본시장법 179조에 따라 이사회는 부정거래로 투자자가 피해를 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방조한 증권사 역시 마찬가지로 배상 책임이 있다.
한편 고려아연 손해배상을 추진하는 또 다른 곳인 법무법인 강한은 지난 8일까지 소액주주들로부터 피해 사실을 접수 받았다. 이를 기반으로 금감원에 고려아연 공개매수 과정서 허위 공시 혐의, 부양시킨 주가를 유증 발표로 급락토록 한 부정거래 혐의 등에 대해 조사를 촉구하는 진정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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