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구원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방사성의약품에 ‘설계 기반 품질고도화(QbD)’기법을 적용해 제조 공정 최적화에 성공했다. QbD기법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의약품 제조시 적용을 의무 사항으로 두고 있어 앞으로 국내에서 QbD기법이 확산할 경우 방사성의약품의 품질 향상과 함께 수출 기대감도 높일 전망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이 같은 QbD를 도입해 소아암 치료제인 캐리엠아이비지(I-131 mIBG)의 제조 공정을 최적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14일 밝혔다. QbD는 쉽게 말해 의약품의 품질을 미리 계획하고 설계해 최적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기법이다. 의약품제조품질관리기준(GMP)보다 고도화된 개념으로 약품 제조시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여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이번 소아암 치료제의 공정 최적화로 기존 대비 생산 시간은 83%(30분→5분) 단축되고 원료량 기준 생산성은 10%(60%→67%) 이상 증가했다. 작업 시간이 단축된 만큼 작업자가 방사선에 노출되는 시간까지 줄어 방사선 작업 종사자의 안전도 지킬 수 있다.
이번 연구는 한국원자력연구원 방사성의약품지원센터 정유미 책임기술원의 주도로 국내 QbD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로 평가받는 김종민 한가람경영혁신연구소 대표가 2년간 함께 수행해 얻어진 결과다. 연구팀은 먼저 위해 순위 선별법(RRF), 고장특성 영향분석(FMEA)과 같은 제품·공정 위험평가 도구를 이용해 의약품 제작 시 위험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의약품에 방사성동위원소를 결합하는 ‘표지 공정’에서 시간과 온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생산 시간과 제품 생산량 두 가지 조건을 최적으로 충족하는 표지시간과 표지온도를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성과를 기반으로 방사성의약품지원센터는 방사성의약품에 대한 QbD 적용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캐리엠아이비지는 개선 공정에 대한 식약처 변경 인허가를 2025년에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간 생산량도 기존 캐리엠아이비지 생산량인 20Ci(퀴리, 약 100명분)에서 5배가 늘어난 100Ci의 생산이 예상된다. 현재 국내 수요량의 2배 가량으로 여분의 의약품은 수출 추진도 모색한다.
정유미 책임기술원은 “이번 QbD 적용으로 의약품의 품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환자에게 안전한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게 될 것”이라며 “방사성의약품의 QbD의 적용 경험을 바탕으로 의료현장에서 필요한 방사성의약품 개발에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조은하 방사성의약품지원센터장도 “이번 연구를 통해 방사성의약품 제조 공정에 국제적인 품질 표준을 충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향후 다양한 방사성의약품에 QbD를 적용해 국민 건강을 위한 지속 가능 생산 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