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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한파에 도소매만 15만명 급감…금리정책 꼬여 실물부진 악순환

[통계청 10월 고용동향]

소매 중심 감소세 도매까지 확장

취업자증가 넉달만에 10만명 하회

'쉬었음'도 244.5만명 역대 최대

통화정책 손발묶여 더 악화할듯

13일 서울의 한 고용복지플러스센터의 모습. 연합뉴스




내수 한파에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 폭이 넉 달 만에 다시 10만 명을 하회했다. 내수 부진이 고용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율 관세가 현실화하면 실물경제와 고용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통계청의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884만 7000명으로 전년 대비 8만 3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취업자 수는 6월 9만 6000명 늘어난 이후 △7월 17만 2000명 △8월 12만 3000명 △9월 14만 4000명 등 모두 10만 명대를 넘겼지만 지난달 다시 10만 명대를 밑돌았다. 통계청 관계자는 “인구구조가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뒤 2022년과 지난해 중장기 추세에 비해 취업자 수가 크게 늘어난 측면이 있다”며 “이러한 구조적 요인과 기저 효과가 더해지면서 하반기 들어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제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 보면 내수산업 고용이 급감했다. 도소매업 취업자가 14만 8000명 감소했고 건설업도 9만 3000명 줄었다. 특히 도소매업 취업자 감소 폭은 2021년 7월(-18만 6000명) 이후 3년 3개월 만의 최대 폭이다. 도소매업은 8개월, 건설업은 6개월 연속 쪼그라들고 있다. 시장에서는 ‘내수 둔화→고용 감소→경기 부진→일자리 축소’의 악순환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되면 대미 무역흑자와 수출 규모가 감소할 가능성이 커 경기 둔화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미 고용은 정부의 예측을 벗어난 지 오래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1월 상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올해 연간 취업자 수 증가 폭이 23만 명이 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1월과 2월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38만 명, 32만 9000명 증가하는 등 상반기 고용 지표가 호조를 보인 것을 고려한 수치였다. 기재부는 해당 전망을 7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할 때까지 고수했다.

문제는 취업자 수 지표가 5월부터 꺾였다는 점이다. 5월과 6월 취업자 수는 각각 8만 명, 9만 6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7~9월은 다시 10만 명대를 유지했지만 10월에 다시 8만 명대로 하락하면서 1~10월 기준 연간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18만 4100명 증가했다. 정부 전망치를 달성하려면 두 달 연속 취업자 수가 전년비 45만 9000명씩 늘어야 한다. 사실상 불가능한 수치다.

고용의 질도 좋지 않다. 60세 이상에서 취업자가 25만 7000명 증가하면서 일자리 증가를 이끌었다. 비임금 근로자 가운데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7000명 감소했고 일용근로자도 10만 명 줄었다. 지난달 실업자는 67만 8000명으로 1년 전보다 5만 1000명 늘었고 10월 ‘쉬었음’ 인구는 244만 5000명으로 역대 10월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쉬었음 인구는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이들을 의미한다. 청년층 사이에서는 취업 준비나 실업 응답 비율이 줄고 쉬었음이 늘어났다. 통계청 관계자는 “도소매업의 경우 중간에 소폭 증가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수년째 규모가 감소하고 있다”며 “그간 소매 중심으로 발생하던 취업자 감소 추세가 최근에는 도매까지 확장된 경향이 있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강달러 현상 심화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웃돌고 있어 통화 당국의 정책 카드가 크게 좁아졌다고 보고 있다. 경기가 둔화하고 고용이 감소하고 있지만 높은 환율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리고 싶어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정부의 고위 관계자도 “환율이 1400원을 넘으면 한은이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경우 경기 둔화는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통화정책의 손발이 묶인 채 ‘트럼프 2기’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트럼프 리스크 때문에 통화정책 셈법이 복잡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통화정책은 물가와 내수뿐 아니라 금융과 외환시장 등 모든 요소를 고려해 결정하기 때문에 내수 측면만 보면 아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금리를 추가로 내려도 실물 경기에 영향을 주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국내 경기와 고용은 당분간 어려움이 지속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하할 경우 물가 상승률은 세 분기 이후 0.2%포인트 상승한 뒤 약 2년간 그 여파가 지속됐다. 통화정책이 내수를 부양하는 효과가 극대화하는 데 9개월 가까운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정세와 금융·외환시장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금리정책을 하기가 어렵다”며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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