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은행들이 잇따라 예적금 금리를 인하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하(0.25%포인트)해 시장금리가 낮아진 것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대출금리는 최대 연 6% 이상으로 높은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누르기 위해 인상한 대출금리는 낮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이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조치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모두 누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국민수퍼정기예금’ 등 상품 10종, 적립식예금 가운데는 ‘KB두근두근여행적금’ 등 12종 등 총 22종에 대해 0.10%포인트에서 최대 0.25%포인트 금리를 낮췄다. “한국은행 (10월)의 기준금리 인하 및 시장금리 추이를 반영한 것”이라는 게 국민은행 측 설명이다.
국민은행이 수신상품 금리 인하에 동참하면서 5대 주요 시중은행이 모두 수신 금리를 인하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우리퍼스트정기적금(12개월)’ 기본 이율을 0.2%포인트 낮췄고 NH농협은행(0.25~0.55%포인트), 하나은행(0.05~0.25%포인트), 신한은행(0.05~0.3%포인트) 등 다른 은행들도 줄줄이 수신상품의 금리를 내렸다. SC제일은행과 토스뱅크도 예적금 금리를 최대 0.8%포인트, 0.3%포인트씩 인하했다.
문제는 은행권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인상한 대출금리는 내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이날 기준 3.72~6.12%로, 한 달 전인 3.71~6.11%와 비교해 금리 상단과 하단이 0.01%포인트씩 올랐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에서는 5년 주기형 주담대 상품 금리가 4.103~6.372%로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상품(3.139~10.874%)보다 하단이 더 높아지는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억제에 강조점을 찍은 만큼 은행들이 당분간 대출금리를 낮추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연말까지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은행 등 1금융권이 대출 문턱을 높인 영향으로 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이동하자 “연말까지 가계부채 관리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등 금융권의 가계대출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히려 대출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연말까지 (은행이 당국에 제출한) 가계대출 목표치를 맞추기 어려워지면 대출 수요를 억누르기 위해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상향 조정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자 장사’ 비판을 받아왔던 은행들의 예대마진 폭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가계 예대금리 차(정책 서민금융 제외)는 0.73%포인트로 8월(0.57%포인트)에 이어 2개월 연속 확대됐다.
한편 국민은행은 15일부터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1억 원으로 축소했던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를 2억 원으로 원상 복귀하고 다른 은행에서 국민은행으로 대출을 ‘갈아타기’할 수 있는 대환대출도 다시 취급한다고 이날 밝혔다. “실수요자 자금 지원을 위한 조치”라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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