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13일 2조 5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결정을 전격 철회한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사건화 된 이후부터는 단계별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조사를) 끝내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고려아연의 불공정 거래 조사를 계속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와 유상증자에 관여한 증권사들에 대해서도 “상당히 유의미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은 13일(현지 시간) 홍콩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인베스트 K파이낸스: 홍콩 투자설명회(IR) 2024’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철회 자체가 조사 중단이나 강도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원장은 “사건화가 되지 않은 전 단계에서는 조사를 할지 재량이 있다”면서도 “문제가 된 불공정 우려 거래는 이미 조사의 대상이 됐기 때문에 아무리 기관장이라 하더라도 단계별 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조사를 끝내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장이 어떻게 바라 보는지도 매우 중요하고 고려아연 측에서 우리 조사팀이 갖고 있는 의심들을 오해라고 주장하는 부분도 있다"며 "다만 이는 상대적이고 부차적인 부분이지 조사나 검사는 지금 상황에서는 결대로 진행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고려아연은 같은 날 임시 이사회를 열어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30일 기습적으로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지 2주 만이다. 금감원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에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고려아연 공개매수 및 유상증자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에 대한 검사도 심도있게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 원장은 “증권사 검사는 상당히 유의미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증권사의 위법·위규로 귀결될지, 특정 거래를 불법으로 단정할 수 있을지 여부와 직접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사·검사는 결국 물증이나 객관적인 제3자의 경험 등에 대한 확인을 통해 입증할 문제”라며 “저희가 보호해야 할 가치는 시장의 신뢰나 주주들의 이익 침해 등이기 때문에 불법행위 의혹을 균형감 있게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과 지방자치단체(서울시·부산시)·금융권(신한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코리안리)이 함께 개최한 이날 행사에는 HSBC, 중신(CITIC)증권, 골드만삭스 등 홍콩 소재 글로벌 투자회사 102곳 임직원 230명이 참석했다. 이 원장이 해외 IR에 나선 것은 싱가포르·런던·뉴욕에 이어 4번째다. 이 원장은 이날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 실효성 제고 △상장기업 영문공시 단계적 의무화 △대체거래소(ATS) 도입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 △투자자 소통강화를 위한 인센티브 방안 모색 △한계기업 상장폐지 심사절차 단축 등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 추진 의지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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