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증원 이후 처음 치러진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도 초고난도 문항(킬러문항)이 배제됐다. “공교육만으로도 시험을 치를 수 있게 하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내린 '공정한 수능’ 지시가 2년 연속 반영된 셈이다. 다만 킬러문항이 빠졌음에도 비교적 난도 높은 문항들을 적절히 배치하면서 변별력을 확보에는 일단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상대 평가 과목인 국어·수학이 지난해 수능과 비교해 쉽게 출제됐다는 평이 지배적이어서 의대를 준비하는 최상위권 학생 간 경쟁이 치열해 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중철 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장(동국대 교수)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제 기본방향 브리핑에서 “전년도 수능과 마찬가지로 올해 수능에서도 킬러문항을 배제했으며, 적정 난이도의 문항을 고르게 출제했다”고 밝혔다. 이어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도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선택과목이 있는 영역에서는 과목별 난이도의 균형이 이뤄지도록 출제해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고 부연했다.
분석 결과 국어영역은 지난해 수능보다는 쉽게, 올해 9월 모의평가보다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EBS 국어 대표강사인 천안중앙고 한병훈 교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수능 국어영역 출제 경향 브리핑에서 "학교 교육을 통해 학습한 독해력 및 사고력을 측정하려는 출제 방향에 따라 올해 9월 모의평가의 출제 경향을 유지했다"며 "전체적인 난이도는 작년 수능보다 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6월 모의평가보다는 쉽고 9월 모의평가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역대 가장 어려웠던 것으로 평가된 작년 수능 국어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전년도보다 16점이 높은 150점이었다. 반면 9월 모의평가 표준점수 최고점은 129점으로, 2022학년도 9월 모의평가 이후 가장 낮았다. 표준점수는 개인의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보여주는 점수다. 통상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으면 만점자의 표준점수, 즉 표준점수 최고점은 상승한다. 시험이 쉬우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하락한다.
입시업계는 킬러문항이 없었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시험의 난도와 관련해서는 EBS와 엇갈리는 분석을 내놨다. 작년 수능보다는 쉬웠지만 지난 9월 모의평가보다는 다소 어려웠다는 평가가 다수였다.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은 "작년 수능에 비해 약간 쉽게 출제됐지만, 매우 쉬웠던 9월 모의평가보다는 약간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이투스에듀 역시 작년 수능보다는 쉽고 9월 모의평가보다는 약간 어려워 변별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했다.
수학도 지난해 수능과 비교하면 쉽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다만 최상위권 변별력을 두고는 입장이 다소 엇갈렸다
EBS 현장교사단 수학 대표 심주석 인천하늘고 교사는"교육과정 성취기준을 따르면서 변별력을 가진 문항, 공교육과 EBS 수능 연계교재를 통해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문항들로 구성됐다"며 "지난해 수능보다 쉬우면서도 상위권 변별력이 확보된 시험"이라고 평가했다.
입시업계에서도 지난해 수능보다 전체적인 난도가 낮아졌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최상위권 변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공통과목이 전반적으로 쉽게 출제돼 지난해보다 다소 쉽게 출제됐다"며 "기본적인 변별력은 유지되나 의대 등 최상위권 변별력은 지난해보다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절대평가 과목인 영어도 지난해 수능 대비 쉬웠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주요 과목들이 전년 대비 쉽게 출제되면서 수능 난이도가 N수생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의대 정원 증원 여파로 올해 N수생(18만1893명)은 21년 만에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입시업계 관계자는 “수능이 어려우면 N수생에, 쉬우면 재학생에 유리한 것은 맞다"면서도 “입시업체 분석과 달리 어려웠다고 생각하는 재학생들도 다수 있는 만큼, 점수를 확인한 후에 유불리 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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