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초기 환경호르몬에 노출되면 태아의 뇌 발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뇌 손상이 지속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부산대 분자생물학과 정의만 교수 연구팀은 임신기와 수유기에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진 ‘내분비계 교란 물질’에 노출되면 태아의 정상적인 뇌 발달을 저해하며 이러한 손상이 성인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알킬페놀류 내분비계 교란 물질의 일종인 옥틸페놀이 실험용 쥐의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신경 발달 시기의 옥틸페놀 노출이 에스트로젠 신호전달 경로를 통해 성체 자손 쥐의 미세아교세포 형태와 기능에 지속적인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실험 과정에서 쥐의 뇌에서 분리한 미세아교세포에 옥틸페놀을 노출했을 때 세포 면적이 증가하고 미세아교세포 관련 특정 유전자의 발현이 증가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옥틸페놀이 에스트로젠 유사체로 작용해 미세아교세포의 에스트로젠 신호전달 경로를 통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고 이것이 미세아교세포의 형태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연구진은 뇌 발달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임신기부터 수유기까지 임신한 쥐에 옥틸페놀을 노출시켜 자손 쥐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했으며, 이후 해당 자손 쥐를 성체까지 키워 관찰했다. 그 결과 성체 자손 쥐의 대뇌 피질에서 미세아교세포의 형태가 변화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환경호르몬이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단서를 제공했다"면서 "향후 다양한 환경적 요인이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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