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트럼프 수혜주로 분류되던 국내 바이오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자금을 빼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감세와 관세 정책 영향으로 향후 기준 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수익률이 부진하자 다른 트럼프 수혜 업종으로 갈아타는 흐름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ODEX 바이오’, ‘TIGER 바이오TOP10’ ETF 등 국내 바이오 기업들에 투자하는 ETF 5종의 최근 한 달 평균 수익률은 -8.36%다. 같은 기간 방산(11.04%), 조선(8.17%), 원자력(5.80%) 등 다른 트럼프 수혜 업종들로 구성된 ETF들이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아쉬운 실적이다. 수익률 부진에 투자 자금도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 최근 한 달간 국내 바이오 ETF 5종에서 914억 원의 투자 자금이 순유출됐다.
투자 자금 이탈은 미 국채 금리와 달러 인덱스가 치솟으며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것이란 주장이 힘을 얻으며 가속화했다. 바이오 업종은 대표적인 금리 인하 수혜주다. 금리가 낮을수록 바이오 기업이 연구개발(R&D)에 필요한 돈을 조달하는 데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초입 때 보인 상승 랠리도 미국 빅컷(기준 금리 0.50%포인트 인하) 단행 이후 시장이 본격적으로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에서 비롯됐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실적 시즌이 종료돼가는 가운데 트럼프 테마주 수급 쏠림에서 다시 제약·바이오 섹터로 관심이 이동하려면 우호적인 금리 환경이 먼저 조성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장 변화를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다. 이달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한은이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며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기준 금리를 추가로 내릴 경우 자본 유출이 심화하며 국내 경제에 적잖은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최근 “미국 경제가 금리 인하를 서둘러야 한다는 그 어떤 신호도 보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바이오 업종 투자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봤다. 다만 업종 내 종목 선별 중요성도 강조했다. 바이오 기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오르는 시기는 이미 지났고 수주 계약, 실적 등을 두루 살피며 투자 종목 선정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유한양행(000100), 알테오젠(196170), 펩트론(087010) 등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수출을 점점 늘리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정책들도 장기적으로는 국내 바이오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될 가능성이 높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생물보안법 통과와 트럼프의 중국 때리기로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산업 내 중국이 배제된다는 점은 분명한 호재로 작용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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