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제조비를 최대 30% 낮추는 혁신 기술을 확보하는 데 속도를 올리고 있다. 배터리 제조 원가를 절감하는 동시에 로봇 등 비전기차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주장해 온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대응책 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18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건식전극 공정 시험생산을 위한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충북 오창 에너지플랜트에 파일럿 라인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다음 달 말까지 파일럿 라인을 마련한 뒤 건식전극 공정을 적용한 배터리 시제품 생산에 돌입한다. 이후 고객사 검증 등을 거쳐 기술 완성도를 높이고 2028년까지 상용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하반기 들어 건식전극 개발 인력을 충원하는 등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기술은 기존 습식전극 공정과 비교해 배터리 생산 과정을 단순화해 제조 전반에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습식 공정은 양극 및 음극 전극을 만들 때 화학물질을 녹이고 이를 100도 이상의 고온에서 건조해야 하는 반면 건식전극은 이를 생략한다. 건식으로 습식을 대체하면 배터리 제조비용을 17~30%까지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배터리 에너지 밀도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전극이 두꺼울수록 배터리 에너지 밀도는 높아지는데 건식 공정에서는 전극을 구성하는 활물질과 도전재, 바인더의 혼합물이 고체 형태로 전극을 두껍게 만들기 용이하다. 즉 건식전극을 도입하면 고객사에 납품하는 고밀도 배터리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건식 공정 기술 개발을 확대할 방침이다. 기존의 주력 제품인 삼원계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뿐만 아니라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제품에 대해서도 건식전극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시장조사 업체 QY러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배터리 건식전극 기술 시장은 올해부터 연평균 147.5%씩 성장해 2030년에는 74억 1000만 달러(약 10조 3000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와 SK온도 건식전극 공정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다양한 활물질에 대한 건식전극화 및 전고체 배터리에 적용할 건식전극 공정 개발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며 “관련 연구개발 로드맵은 지속적으로 확장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업 다변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성장 잠재력을 갖춘 에너지저장장치(ESS), 로봇, 항공 분야에서 배터리 공급에 성공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법인인 버테크는 현지 재생에너지 기업 테라젠과 8GWh(기가와트시) 규모의 ESS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버테크 출범 이후 최대 성과로 약 2조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로봇 분야에서는 자율주행로봇 기반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베어로보틱스와 배터리 셀 공급계약 및 기술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내년부터 베어로보틱스가 생산하는 서비스·물류용 로봇에 원통형 배터리 ‘2170’을 단독 공급하고 기술 협력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스페이스X의 신규 우주선에 탑재할 전력 공급용 배터리 개발을 진행하는 등 항공 분야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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