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효자 역할을 하는 커머스(상거래) 사업을 대폭 개편한다. 인공지능(AI) 기술 탑재를 통해 이용자 확대를 꾀하고 해외 직구도 가능하도록 했다.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국내 e커머스 시장을 장악한 쿠팡뿐 아니라 저가 공세를 이어가는 중국 업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1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14일부터 카카오톡 스토어에서 해외배송 판매를 허용했다. 이용자는 오픈마켓격인 카카오톡 스토어에서 출고지가 해외 주소인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다만 해외직구는 국내에 등록된 사업자만 운영할 수 있다. 아울러 카카오는 다음 달 16일부터 쇼핑하기 서비스명을 톡딜로 변경한다. 카카오 관계자는 “서비스명 변경은 고객에게 더욱 편리하고 즐거운 쇼핑 경험을 선사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내년 상반기 카카오톡 네번째 탭인 ‘쇼핑’ 탭도 정비한다. 구매 이력을 기반으로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고 비슷한 취향과 연령대의 이용자가 상품을 발견하고 소통할 수 있는 ‘참여형 커머스 콘텐츠 공간’으로 확장한다는 목표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7일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카카오톡 '쇼핑' 탭의 경우 이용자의 참여 확대가 더 필요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쇼핑 탭 안에서 새 콘텐츠를 소비하고 탐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실행 전략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기술도 커머스에 적극 도입한다. 연내 초개인화 AI 쇼핑 메이트(친구)를 지향하는 'AI 커머스 MD(상품기획자)’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용자의 성별과 연령 등을 기반으로 최적의 상품을 제안하는 서비스로, 현재 사내 베타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카카오가 커머스 사업을 개편·강화하는 이유는 주요 사업 부문 중 가장 성장성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카카오 전체 사업 중 매출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부문은 커머스와 모빌리티·페이 등 플랫폼 기타 사업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 3분기 커머스 부문의 매출은 215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8%가량 늘었다. 통합 거래액은 약 2조 5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 늘었다. 여러 악재 속에서도 커머스가 기업 실적을 떠받치는 효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메신저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카카오는 카톡을 수익원으로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모빌리티가 위축된 상황에서 커머스 부문의 비중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네이버도 주요 수익원인 커머스 사업 대수술에 나선다. 이르면 내년 1분기 AI 기반의 초개인화 추천 기술을 탑재한 쇼핑 앱을 독립 출시한다. AI가 이용자 취향에 맞는 상품뿐 아니라 블로그·사용 동영상 등 쇼핑 관련 사용자 제작 콘텐츠(UGC)도 추천한다. 검색을 넘은 탐색 경험을 제공하며 이용자를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이윤숙 네이버 쇼핑사업 부문장은 “국민 모두에게 색다른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며 “가볍게 '무엇을 살까' 하는 마음으로 접속할 수 있는 앱이 필요해 별도로 출시한다”고 말했다.
배송 서비스도 전면 개편한다. 브랜드명을 ‘도착보장’에서 ‘네이버배송’으로 탈바꿈하고 주문 이후 1시간 내외 배송할 수 있는 '지금 배송', 다음 날 오전 도착하는 '새벽 배송', 가구·가전 카테고리 대상 설치일을 지정할 수 있는 '희망일 배송' 서비스를 추가한다. 멤버십 혜택도 강화한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은 26일부터 넷플릭스 광고형 스탠더드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쏘카와도 제휴하며 혼수·출산·이사·반려동물케어 등 개인 맞춤형 '생애주기 혜택'도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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