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식사와 음료만 먹고 왔어요. 경기가 어렵잖아요. 물건은 안 샀어요.”
서울 강남구에 있는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 월요일인 18일은 갤러리아백화점이 한 달에 한 번 쉬는 공식적인 휴무일로 한 고객은 건물 앞에 내건 휴무라는 현수막 앞에서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그 옆 백화점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는 벤츠 등 외제차가 줄지어 들어갔다. 이날은 갤러리아백화점이 한 해 4000만 원 이상 구매한 VIP 고객만 초청해 명품 할인 혜택을 주는 등 일명 ‘갤백 P데이’라고 불리는 ‘프레스티지데이’다. 지하와 1·2층으로 나뉜 주차장에는 VIP 고객과 물건을 날라주는 백화점 직원이 분주히 오갔다. 갤러리아백화점은 백화점 업계에서 가장 먼저 P데이와 같은 명품 할인 행사를 도입한 원조다.
다만 이날은 물건을 사지 않고 선물로 받은 음료와 꽃, 각종 사은품만 든 채 나오는 고객도 눈에 띄었다. 압구정에 사는 47세 여성 박 모 씨는 “P데이에 오는 건 VIP만 초대받는다는 특별함 때문이지, 할인 혜택이나 후불 결제 서비스는 평소에도 단골 셀러에게 윙크만 한 번 하면 받을 수 있다”면서 “백화점도 이미 오래된 단골인 VIP에게 굳이 더 많은 마케팅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딸과 함께 갤러리아를 찾은 최 모(67) 씨는 “딸이 오자고 해서 딸이 좋아하는 브랜드 위주로 샀고 나는 명품은 잘 모른다”면서 차량에 물건과 사은품을 실었다.
한때 백화점 VIP 마케팅의 꽃으로 불렸던 P데이가 명품 소비의 감소와 함께 줄어들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부터 6월과 11월에 ‘PRIVATE데이’라는 이름으로 갤러리아와 같은 VIP 할인 행사를 진행했지만 올해 11월에는 백화점 영업일에 전체 고객을 대상으로 할인 행사를 하면서 VIP 고객에게만 추가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바꿨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더 많은 고객에게 혜택을 넓히기 위해 행사를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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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때 P데이를 운영했던 신세계(004170)백화점 역시 지금은 P데이를 폐지했다. VIP 고객이 예약하면 전용 공간에서 퍼스널쇼퍼가 명품 등을 맞춤으로 추천해주는 퍼스널쇼퍼룸을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매장을 돌아다니지 않아도 한곳에서 상품을 볼 수 있고 다른 매장에 있는 상품은 쇼퍼룸에 있는 스마트거울 디스플레이를 통해 원격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백화점은 무역센터점을 통해 유입되는 해외 고객을 겨냥해 일본 한큐한신백화점, 태국의 유통 기업 시암피왓그룹과 VIP 혜택 제휴를 맺었다. 두 회사의 VIP 고객은 별다른 예약 없이도 양국의 점포에서 여권과 함께 애플리케이션이나 실물 VIP 카드를 내면 VIP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백화점이 P데이를 줄이는 배경 중 하나는 직원들의 반발도 있다. 갤러리아백화점 입점사 직원들은 이번 P데이 행사와 관련해 이달 13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한화갤러리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타사와 동일한 수준의 정기 휴무를 시행하기로 한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백화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백화점은 한 달에 한 번 쉬는데 그날까지 근무를 요구하면 젊은 직원 위주로 기피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갤러리아백화점 역시 이번 P데이 행사 인력 일부를 배우 지망생 등에서 모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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