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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과학자도 워라밸이 필요하다

김윤수 IT부 기자





프랑스에서 공과대학 교수로 일하는 한인 과학자를 최근 만났다. 그는 대화 도중에 “삼성전자가 연봉 2배를 준다고 해도 안 갈 것 같다”고 했다. 자유로운 연구 활동을 보장받고 가족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며 다양한 취미와 인간관계를 누리면서 자녀에게는 천편일률적 입시 경쟁이 아닌 선진 교육을 시키는 것이 경제적 보상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 인재들을 국내로 데려오고 오래 붙잡아두려면 연봉 못지않게 일과 삶의 균형, 이른바 ‘워라밸’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그의 전언에 따르면 비슷한 생각을 가진 재외 한인 과학자가 많다고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관에서 국제협력 사업을 맡은 한 관계자도 “한인 과학자들이 국내로 이직하려고 해도 가족들이 귀국을 원하지 않아 계획이 무산되는 경우도 많다”며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인재들을 흡수한다는 중국이 한국의 롤모델이 될 수 없고 경제적 보상 이외의 다른 유인책이 함께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더 나은 삶 지수(BLI)’ 중 워라밸 점수는 한국이 3.8점으로 41개국 중 35위에 그친다. 프랑스는 8.1점으로 6위였다. 노동 강도가 반드시 연구 성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2019년 ‘노벨상 영감 이니셔티브’ 강연에 연사로 나선 노벨상 수상자들은 연구 비결로 가족·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것, 밤에 잘 자는 것, 삶에서 다양한 관심사와 우선순위를 두는 것, 과로하지 않는 것을 꼽았다. 창의적인 연구 성과를 내는 데 워라밸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과학기술인재 성장·발전 전략’을 발표하면서 연구자에 대한 성과 보상을 확대하며 외국인에 대한 비자 혜택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그들이 한국에서 오래 머물고 성과를 내는 데 필요한 교육·주거 지원 등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진국 수준의 연구·정주여건 개선 없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인재를 키우고 데려와도 결국 빼앗기는 두뇌 유출이 반복될 게 뻔하다. 과기정통부뿐 아니라 고용노동부·교육부 등 관계부처들이 머리를 맞대고 과학자들이 워라밸을 추구하면서도 혁신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세심한 후속 대책을 강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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