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양자컴퓨터 기업 아이온큐의 수장, 피터 채프먼 이사회 의장이 이번주 미국 메릴랜드 주정부 사절단을 따라 방한했습니다. 유영상 SK텔레콤(017670) 대표, 또 조만간 자회사로 편입할 SK 양자보안 계열사 아이디퀀티크(IDQ)의 그레고아 리보디 최고경영자(CEO)를 만났습니다. 그는 특히 양자인터넷 관련 얘기를 중점적으로 했다고 전해집니다. 양자인터넷에 대해서는 이전 편에서 소개한 적 있죠(참고: 초고속통신 넘어 정보가 순간이동…양자인터넷 시대 온다 [김윤수의 퀀텀점프]). 양자컴퓨터 기업으로 유명한 아이온큐가 어떻게, 왜 양자인터넷 비전을 갖게 됐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아이온큐는 이온트랩 방식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대표적 기업입니다. 이온트랩은 전기를 띠는 입자인 이온을 레이저로 가두는 일종의 전기적 덫이라고 이전 편에서 소개했죠. 이온 하나하나를 가두고 이를 통해 외부 영향으로부터 차단된 큐비트를 구현할 수 있는 거죠. 이온트랩은 구글·IBM 등이 개발하는 초전도 양자컴퓨터에 비해 큐비트 상태를 유지하는 안정성이 높다고 평가됩니다(참고: 양자컴 춘추전국시대…최후의 승자는 [김윤수의 퀀텀점프]).
아이온큐는 빅테크에 맞선 독자 기술로 시가총액 61억 5000만 달러(8조 8000억 원)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이 회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온트랩으로 양자인터넷 기술도 주도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모습입니다. 1년여 전인 지난해 2월 “양자 네트워크(망)를 가능하게 할 핵심 기술인 ‘이온-광자 얽힘’을 학계 최초로 시연한다”고 발표하면서 말이죠.
우선 양자인터넷이 뭔지 되뇌보겠습니다. 양자인터넷은 양자암호통신(QKD)과 양자전송 기술을 결합해 통신 성능과 보안을 크게 높인 차세대 인터넷 기술입니다. QKD는 0과 1의 디지털 정보를 동시에 가진 양자중첩 상태의 입자로 정보를 전달해 해킹 위험을 원천 차단하는 기술, 양자전송은 입자들이 서로 먼 거리에서도 즉각 상호작용하는 양자얽힘을 이용해 정보를 보내는 기술이죠.
지금의 컴퓨터와 인터넷처럼 양자컴퓨터와 양자인터넷도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양자컴퓨터로 처리한 ‘양자 정보’란 것은 결국 큐비트라는 양자중첩 상태의 입자에 담겨있을 텐데 이것을 그냥 지금처럼 전선이나 광섬유에 담아서 전송할 수는 없으니까요. 반복해서 설명하지만 큐비트를 살살 다루지 않으면 외부 영향에 의해 정보가 깨집니다. 양자역학적으로 처리한 양자 정보를 마찬가지로 양자역학적으로 전송하려면 양자인터넷이 필요한 거죠.
양자인터넷은 나아가 양자컴퓨터 성능 향상에도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양자컴퓨터 간 통신을 곧 양자컴퓨터 내부 양자칩(QPU)들 간 정보교환으로 응용하면 큐비트 수를 쉽게 늘릴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죠. 큐비트는 숫자가 커지면 그만큼 외부 영향을 많이 받아서 왜곡이 빈번해지고 이는 계산 오류로 이어진다고 했죠. 그래서 QPU라는 ‘큐비트 덩어리’를 무작정 키우는 대신 ‘작은 QPU’ 여러 개를 만들고 이들을 서로 연동시켜 하나의 덩어리처럼 사용하는 ‘양자 연결’ 기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여러 QPU 간 연결에 필요한 기술이 곧 양자인터넷 구현 기술과 같은 겁니다.
◇이온트랩 독자기술, ‘이온-광자 얽힘’으로 양자인터넷도 구현
이처럼 양자인터넷이 유망하고 양자컴퓨터와 시너지가 좋을 뿐 아니라 마침 이온트랩이라는 독자 기술이 양자인터넷 구현에 유리하기까지 하다는 게 아이온큐의 주장입니다. ‘이온-광자 얽힘’이 그 비결이라고 하고 있죠. 이름처럼 이 기술은 이온트랩 양자컴퓨터의 큐비트를 구성하는 실체인 이온과 광자(빛) 사이의 양자얽힘을 응용합니다.
지난해 2월 아이온큐의 블로그 설명에 따르면, 우선 이온은 빛의 형태로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습니다. 원자나 이온 같은 입자가 어떻게 빛을 방출하는지는 이전 편에서 퀀텀점프(양자도약) 개념을 설명하며 언급한 적 있습니다(참고: 양자컴 춘추전국시대…최후의 승자는 [김윤수의 퀀텀점프]). 어쨌든 이온에서 빛, 즉 광자가 튀어나올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때 이온과 광자는 한몸이었으니 서로 양자 상태가 연동되는 양자얽힘 관계가 됩니다.
마찬가지로 또다른 이온도 자신과 양자얽힘 관계인 광자를 방출하겠죠. 방출된 광자들은 ‘광자 상태 검출 허브(photon state detection hub)’라는 장치를 통해 서로 양자얽힘이 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는 곧 광자들과 각각 연결된 이온들도 서로 간접 연결, 즉 양자얽힘이 된다는 의미고요. 이온들이 각자 방출하는 광자를 매개로 서로 양자얽힘 관계를 맺고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고 아이온큐의 주장을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아이온큐는 이런 기대를 바탕으로 양자인터넷 사업 비전을 실현해나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미국의 양자 네트워크, 즉 양자인터넷의 원천기술인 양자통신 기술을 보유한 큐비텍을 인수했습니다. 올해 2월에는 SK텔레콤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약 2억 5000만 달러(3600억 원) 규모의 자사 지분 내어주는 대신 그만큼의 IDQ 지분을 받는 지분 맞교환을 단행하기로 했습니다. SK텔레콤과 SK스퀘어(402340)가 가진 IDQ 지분 전량을 받아 IDQ를 인수하는 셈이죠
IDQ는 스위스에 본사를 둔 양자보안 기업으로 2018년 SK텔레콤에 인수돼 현재 관계사 SK스퀘어의 자회사로 있습니다. 조만간 아이온큐 자회사로 재편입되는 동시에 기존 SK텔레콤과의 양자 네트워크 구축과 양자보안 스마트폰 ‘갤럭시퀀텀’ 시리즈 개발 등의 협력을 지속하기로 한 만큼 SK텔레콤과 아이온큐 동맹의 매개체 역할을 한다고도 볼 수 있죠. 마침 이번주 스위스 본사의 리보디 CEO 역시 방한해 채프먼 의장, 또 SK텔레콤의 양자 사업 담당 임원과 잇달아 회동했습니다. 3사 간 결속 행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죠(참고: [단독] 아이온큐 채프먼, SK계열사 IDQ CEO와도 회동…“양자인터넷 집중 투자”).
채프먼 의장은 방한에 맞춰 인텔리안테크(189300)와도 양자 네트워크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었습니다. 위성 안테나 기술을 가진 인텔리안테크와 협력해 위성통신까지 활용해 양자 네트워크 기술을 고도화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채프먼 의장은 SK텔레콤과의 전략적 제휴와 IDQ 인수, 인텔리안테크와의 MOU 등 최근 한국 기업과의 일련의 협력을 계기로 앞으로 방한도 더 잦아질 것으로 전해집니다. 아이온큐가 양자인터넷 비전 실현을 위해 또 어떤 국내 기업들과 손잡을지 행보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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